전공의 집단행동 4일째, 장기화 조짐…위기단계 최상위 '심각' 상향

오늘 오전 총리 주재 '중대본' 회의 개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거부로 인해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2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로비 전광판에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수술·시술·검사·입원 등 정상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2024.2.2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로 의료대란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이어 교수들까지 연쇄사직으로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반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대응으로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서다.

23일은 전공의들이 소속 병원을 이탈해 진료를 거부한 지 4일째 되는 날이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상위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냈고, 64.4%인 8024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6038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는데,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가 5596명에 달한다고 확인했다.

정부가 강도높은 압박과 여론의 외면 속에서도 근무지를 이탈하는 전공의들이 계속 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회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다음달 10일 개최하기로 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일주일 앞당긴 3월 3일 열기로 했다.

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히 보고 더욱 강화된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올리기로 했다.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이루어진 4단계의 위기단계 중 가장 최상위 단계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복지부·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 및 관계자,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다.

지난 6일 의대 정원 확대 규모 발표 이후 총리가 주재하는 중대본 회의가 개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계는 의대정원 확대 반발로 인한 전공의 사직이 전임의, 임상강사 등의 연쇄 집단행동과 사직으로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가 최대 1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지난 20일 긴급 임시대의원총회 후 "이 사안이 1년 이상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방영된 MBC 100분 토론에서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이번 파업이 짧아도 2~3개월, 길면 반년 이상 갈 것 같다"고 언급했다.

지방소재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도 "교수들이 전공의들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설득하는 과도 있지만, 대부분의 과는 포기상태다"라며 "전공의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간 과들은 교수들이 남아 당직, 야간수술 등을 대신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24시간 당직을 서고 다음날 정상 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백발이 성성한 교수들도 똑같이 당직을 서고 있다"며 "하지만 이 정도 업무강도면 개원가에 나가 돈을 버는 게 낫기 때문에 교수들도 오래가지 않아 그만두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이번 의대정원 확대 발표로 전공의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마음이 많이 다쳤다"며 "메이저 과들은 수가 때문에 앞날이 어두운 상황인데, (의대정원 증원 발표는) 울고싶은 애 뺨 때려준 격이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는 아직까지는 의료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중 45%는 다른 종합병원, 중소병원, 공공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응급 이송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등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공공병원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경우를 대비해 평일, 주말 연장근무 등으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해 원칙대로 법을 집행한다는 입장을 거듭강조하고 있다. 김국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비상대응반장은 "현장점검 시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일시 복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경우에도 환자의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업무개시명령 요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복귀를 거부하는 개별 전공의도 원칙적으로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회부한다. 집단행동으로 인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훼손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및 배후세력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정상진료나 진료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히 처벌할 계획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공의 복귀를 호소하면서 한편으로는 구속수사를 언급한 것이 (전공의들과의) 소통을 더 어렵게 하는 것 아니냐는 부분이 있다"며 "(집단행동이라는) 불법의 상태를 벗어나 복귀를 하면, 불법이 해소가 되기 때문에 구속수사나 이런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의 여지는 열려있다. 정부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성명서를 통해 제안한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대책 제시 등의 요구 조건에 대해서는 수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박민수 차관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23일 KBS 특집토론회에 출연해 '의대 증원 논란의 본질을 묻다'는 주제로 1시간 동안 토론할 예정이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