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내 대면진료 유경험자, 질환에 관계없이 비대면진료 가능해진다

휴일·야간 비대면 진료, 전체 연령대로 확대
의료 서비스 취약지 범위도 확대…15일부터 시행

지난해 2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비대면 진료를 보고 있는 모습. 2022.2.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앞으로 앓고 있는 질환에 관계없이 6개월 이내 의사를 만난 적이 있는 환자라면 의사의 판단 하에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비대면 초진진료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의료취약지 범위가 넓어지고, 휴일‧야간에 이뤄지는 비대면진료 대상자도 전체 연령대로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새 방안은 12월 15일부터 시행된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다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경계'로 하향되면서 지난 6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안은 시범사업 시행 6개월을 맞아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이행 차원에서 마련됐다. 복지부는 그간 제기된 현장 의견 등을 바탕으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논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각 계 의견을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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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복지부는 6개월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다니던 의료기관의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경우 질환에 관계없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조정한다.

지금까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받는 경우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그 외 질환자는 30일 이내 동일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환에 대해 대면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했다.

여기서 말하는 만성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정신 및 행동장애, 만성신부전증 등 만성질환관리료 산정이 가능한 11개 질환에만 국한돼 있었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환자의 증상이 동일 질환 때문인지 진료 전에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또한 만성질환 1년 이내 기준이 너무 길고, 그 외 질환은 30일 이내로 짧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더불어 비대면진료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의료취약지 범위도 넓힌다.

현재 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비대면진료는 원칙적으로 재진 환자만 받을 수 있다. 다만 △섬·벽지 등 의료기관 부족 지역 거주자 △노인 장애인 등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에 한해서는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섬‧벽지 지역이 협소하게 규정돼 같은 지자체 내에서 의료취약 정도의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대상환자 해당 여부가 달라지는 지적이 있어왔다.

실례로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 사는 한 주민은 수술 등이 필요할 때 1시간 정도 소요되는 60km 거리의 광주 또는 목포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비대면진료를 받지 못했다.

반면 바로 옆 재원도, 부남도는 비대면진료 허용 지역에 속해 먼 거리까지 병원을 나가지 않아도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복지부는 의료취약지 범위에 '응급의료 취약지역'을 추가해 의료 접근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응급의료 취약지는 지역응급의료센터까지 30분 이내, 권역응급의료센터까지 1시간 이내 도달하기 불가능한 주민이 지역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시·군·구 98개다.

또 현행 18세 미만 소아청소년만 휴일‧야간에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예외적 허용 기준을 전체 연령대로 확대한다.

더불어 휴일‧야간엔 처방은 되지 않고 의학적 상담만 가능했지만, 이번 보완으로 18세 미만 소아도 의사가 비대면진료 후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처방된 의약품은 약국을 방문해 수령해야 하는 원칙은 계속 유지되며 재택수령 대상자도 현행 지침대로 제한된다.

일례로 30대 고혈압 환자가 야간에 복통이 생긴 경우, 현행대로라면 동일 의료기관이어도 동일 질환이 아니고, 다니던 의료기관이 문을 닫은 경우 타 의료기관은 초진 환자이므로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보완 조치로 비대면진료 대상자에 포함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종합하면 기본적으로는 6개월 이내 대면 진료를 했던 사람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서 "그런데 예외적으로 대면 진료 경험이 없더라도 의료 취약 지역에 해당되는 사람, 그리고 취약 시간대에는 병원을 쉽게 갈 수 없으니 그런 환자에게는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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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이처럼 확대된 비대면진료 이용 기준이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의사가 의학적 판단으로 비대면진료 부적합 환자를 진료하지 않아도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 점을 지침에 명시하는 '대면진료 요구권'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또 안전한 비대면진료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을 지침에 추가해 환자는 비대면진료를 받더라도 대면진료와 연계할 수 있도록 가까운 의료기관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고, 의사가 비대면진료 후 내원을 권유할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더불어 지금까지 가장 많이 제기돼 왔던 의약품 오‧남용 문제를 막기 위해 마약류와 오‧남용 의약품의 처방을 차단하기로 했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관련 의약품, 사후피임약과 같이 오‧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의약품에 대해 처방 제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복지부는 이 가운데 부작용이 큰 사후피임약은 비대면진료를 통해 처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의약품은 안전성 관리를 위해 과학적 근거, 해외 사례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처방전 위‧변조를 막기 위한 조치도 시행한다.

비대면진료는 진료방식의 특성상 진료 후 처방전을 팩스, 이메일 등으로 약국으로 전송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미지 처방전은 종이 처방전에 비해 위‧변조 및 재사용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처방전은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직접 전송하고, 앱을 이용해 처방전을 전달하는 경우 환자가 원본 처방전을 다운로드할 수 없도록 한다.

복지부는 의료현장에서 혼선이 없도록 기존 시범사업 내용 대비 변경된 사항에 대해 집중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