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vs 다국적제약사…'IRA 약가 인하' 충돌

노보노디스크, 약가 인하 중단 가처분 기각되자 본안 소송 제기
10개 의약품 약가인하 협상 대상…빅파마들 약가 인하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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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센추리=뉴스1) 김규빈 기자 =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약가인하 대상 의약품을 공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제약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된 다국적 제약사들은 미국 보건당국을 상대로 약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7일 미국 바이오센추리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오하이오 남부연방법원에 미국보험청(CMS)를 상대로 '약가 인하 프로그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노보노디스크 측은 당뇨 치료제인 '피아스프'가 약가 인하 협상 프로그램에 강제로 참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프로그램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가처분 명령을 통해 약가 인하 협상 프로그램을 중단시킬 만큼 사안이 위급하지 않으며, 이 사안으로 기업이 어느정도 피해를 입는지 또한 추정이 불가능하다"며 "약가 인하 협상 프로그램이 기업의 운영에 중요하다고 할 지라도, (기업이 스스로)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CMS를 상대로 법원에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당뇨 치료제인 노보로그 제품은 2000년 처음 승인됐고, 피아스프는 2017년 처음 승인됐다"며 "두 제품 모두 1차 가격 협상이 되는 메디케어 파트 D(전문의약품 보험) 지출 계층에 속할 만큼 매출이 크지 않다"고 했다.

이어 "(가격 인하 대상으로 지정된) 의약품에 추가 연구 개발이 필요한지, 다른 방식으로 투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가격 '협상'에 포함되어 버렸다"며 "이는 CMS가 IRA의 '명확하고 명시적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국적제약사의 반발은 지난 8월 미국 보건당국이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와 약가인하를 협상할 의약품 10개를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고령층, 장애인 등 6600만명에 적용되는 공공보험을 뜻한다.

이번에 선정된 10개 의약품은 △노바티스 '엔트레스토'(심부전치료제) △노보노디스크 '피아스프·노보로그'(당뇨치료제) △머크 '자누비아'(당뇨치료제) △BMS·화이자의 '엘리퀴스'(혈전용해제) △BI·일라이릴리 '자디언스'(심부전·당뇨 치료제) △아스트라제네카 '팍시가'(당뇨치료제) △암젠 '엔브렐'(류머티즘 치료제) △J&J '임브루비카'(혈액암치료제) △J&J '스텔라라(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등이다.

해당 품목들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지난 1일까지 '약가 인하 협상 프로그램'에 참여할 지를 결정짓고 제품에 관한 매출액, 영업비, 연구개발(R&D) 비 등을 올해 안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내년 8월1일까지 CMS와 3차례 미팅을 통해 가격을 확정하고, 9월1일까지 최종 인하된 약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제약회사가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메디케어 적용 의약품에서 제외되거나 매출액의 최대 90%에 해당하는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사실상 약가 인하를 피할 수 없는 입장에 놓였다. 다만 일부 제약사들은 '협상 프로그램' 자체에 참여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약가 인하 프로그램'에 반발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는 노보노디스크 외에도 미국 존슨앤드존슨, 미국 머크, 미국 BMS,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상공회의소 등이 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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