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환자정보, 보험상품 개발에 쓰였다…'악용' 가능성에도 허용

보험업계, 보험급 지급 줄이려는 의도로 열람했을 가능성
목적 알고도 보여준 심평원도 문제…건보공단과도 엇박자

15일 광주 북구 오치동에 위치한 한 지정 의료기관에 환자들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2022.03.15/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는 지난 2021년부터 공익 목적의 환자 의료정보 열람을 허용한 바 있으나 오히려 보험업계는 보험상품을 만드려 들춰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보험사들이 "새 상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요청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별다른 제한없이 열람을 허용하고 있었다.

심평원의 관리 부실로 보험사들은 이미 상품 개발까지 마쳐 가입자 거절·차별이나 보장축소 목적 등 악용 소지가 예상된다. 데이터 열람요청에 심의라도 철저히 하라는 비판과 함께 개인정보가 악용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심평원은 '심평원 제공 공공데이터(환자표본자료) 활용 결과 전수 확인 내용 보고(민간보험사)'를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에 제출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험사 9곳이 2021년 말부터 지난해 4월까지 5개월간 658만건의 환자 의료정보를 심평원을 통해 보고 간 사실이 지적돼 활용 결과 등 전수조사를 지시받은 데 따른 조치다.

2020년 국회에서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2021년 말부터 가명(비식별)처리된 개인 의료정보를 공공데이터로 볼 수 있게 됐다. 대신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 공익 목적에 쓰여야 한다.

그러나 이에 배치되는 것은 물론 환자 의료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한 국민건강보험법과도 충돌된다. 이에 심평원은 "복지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질의, 데이터전문가 자문단 자문, 공공데이터 제공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심평원과 달리 '사전 이윤 추구에 쓸 수 있다'는 이유로 자료 제공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공공데이터 활용은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는 만큼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 하지만 악용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선민 심평원장은 당시 "국무총리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유권해석과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허용이) 이뤄졌다"면서 "심평원에 빅데이터 전문가 자문단이 있다. (앞으로는) 그 곳에서 과학적 연구 해당 여부를 다시 자문받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보험사들은 환자 의료정보를 보기 전 심평원에 이용개요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심평원의 이번 조사결과 9곳 모두 보험상품 개발을 이유로 들었다. 구체적인 목적은 신규 담보 및 보장영역 개발(위험률 개발 포함)이라고 했다.

특히 A 보험사는 해당 정보를 보고 보험상품을 출시했으며 지금도 이 정보를 기반으로 보험상품을 개발 중이며 앞으로도 정보를 활용해 보험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곳을 포함해 9곳 중 2곳이 환자 의료정보를 본 뒤 보험상품을 개발했다. 그런데 심평원은 이 회사들로부터 기존 가입자에 대한 차별이나 기존 상품 보장범위를 축소하는 게 아닌 보장범위를 추가하려 개발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심평원 제공 공공데이터(환자표본자료) 활용 결과 전수 확인 내용/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그러나 보험사들이 추가한 보장 대부분이 진단과 검사에 집중됐고 보험사 스스로 손해볼 결정을 하지는 않을테니 추가 보험금 지급을 예방하는 목적에서 보장을 추가했으리란 관측이 나온다.

건보공단 재무상임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이평수 전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는 "상식적으로 볼 사안이다. 암 진단 보장을 늘린다는 의미는 암 환자를 사전 선별하겠다는 취지"라며 "의심없이 제공해 준 심평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은 "향후 활용 계획이 존재하는 보험사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고 내부 검토이후 연구 종료 또는 중단한 보험사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2차 가공 및 목적 외 활용이 우려된다"며 "이용 전 심의를 강화해 목적 외 활용 우려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건강보험법상 '영리 목적 사용금지'와 배치되는 등 심의·관리 강화 방안에 대해 심평원은 "이번 조사 결과는 향후 공공데이터 제공 심의를 할 때 참고하겠다"며 "복지부, 심평원, 공단의 공통 가이드라인을 세울 때 이번 확인사항도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