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위기가구] ⑨9월 10만명 발굴, 절반 방치…'고독사 골든타임' 놓친다

미처리 대상자 강원 양구는 50% 넘어…발굴 늦어 목숨 잃기도
급여 지연 등 사회보장시스템 오류 여전…'10월 정상화' 목표

편집자주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난 지 8년이 지났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지난 8월 경기 수원시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고, 이후에도 안타까운 사연들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이 보내는 위기 신호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시스템의 문제가 여전합니다. 제도나 시스템 자체가 이들을 모두 끌어안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존재합니다. 뉴스1은 절벽으로 내몰린 위기가구를 놓치지 않기 위한 현장의 다양한 시도를 찾아보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News1 정진욱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어서 위기가구로 발굴된 줄도 몰랐어요."

전북 전주에 사는 A씨(52)는 정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위기가구로 선정됐으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현장방문은커녕 전화상담도 받지 못했다. 위기가구로 선정된 후에도 상담 등이 이뤄지지 않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미처리 상태'가 된 것이다.

정부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건강보험료 체납, 월세 미납 등이 누적될 경우 위기가구로 발굴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하고 있다. 지자체는 발굴된 위기가구를 찾아 실제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위기상황이 확인될 경우 재정지원 등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씨는 "혼자 지내다 보니 어느 날 잘못된다고 해도 아무도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고독사나 생활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기사를 접할 때는 남 일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발굴 대상자에 대한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이마저도 사전에 확인되지 않아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잇따른다. 지난 8월 생활고를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와 같은 사례가 재차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수원 세 모녀는 전입신고도 하지 않아 현 거주지 관할 동행정복지센터에서는 이들의 거주 사실을 알 길이 없었고, 어떠한 복지혜택도 받지 못했다. 이후 이들은 관심 밖 대상이 됐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숨진 세 모녀가 발견된 수원시 권선구 한 연립주택에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보이고 있다. 2022.8.22/뉴스1 ⓒ News1 최대호 기자

◇ 발굴 후 미조치 여전…늦은 파악에 사망한 경우도

정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위기가구로 발굴됐으나 도서산간지역 등에 거주할 경우 특히 미처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위기상황으로 인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현장방문이나 상담조차 이뤄지지 않아 위험에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2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강원 양구군은 올해에만 229명이 위기가구로 발굴됐는데, 절반이 넘는 117명(51.1%)이 현장방문, 상담 등이 이뤄지지 않은 미처리 상태로 남아있다. 경북 울릉군은 22.8%, 인천 옹진군은 17.6%, 충북 단양군은 10.3%의 위기가구가 미처리 상태다.

또 복지부는 지난 7월 14만여명, 9월 10만여명을 위기가구로 선정해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는데, 이들 중 지난 7월까지 연락두절을 이유로 조사종결한 경우가 3100여명에 달했다. 최근 6년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3만여명에 달했다.

위기가구로 포착이 되지 않아 사망한 후에야 뒤늦게 발굴이 되는 경우도 나온다. 올해 정부가 발굴한 위기가구 52만여명 중 11명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건강보험료 체납 등에서 기준이 미치지 못해 지원대상으로 포착되지 못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통…지급 지연 등 오류 여전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개인의 소득·재산·인적사항을 분석해 신청자가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지난 9월 개통했다.

수원 세 모녀 비극으로 다시 불거진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위기정보를 기존 34종에서 39종으로 확대해 보다 꼼꼼히 관리할 수 있게 했다. 기존 34종 외에 중증질환 산정특례, 요양급여 장기 미청구, 장기요양 등급, 맞춤형 급여 신청 유무, 주민등록 세대원 정보 등이 추가로 반영됐다.

하지만 시스템 자체에서 오류가 발생하며 지급 지연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서 한 달간 10만건에 달하는 오류가 발생하며 생계급여와 기초연금 등 복지수당 지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소득·재산 등의 조사가 늦어지며 전국 37개 임대주택 단지의 당첨자 발표가 연기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달 중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계획대로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사업단에는 343명의 인력을 투입했고, 307명이 퇴사했으나 충원 인력은 6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기정보 입수, 발굴 정확도 개선을 포함한 복지 위기가구 발굴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고독사와 관련한 대책도 수립할 계획"이라며 "두터운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한 위기가구 발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급여 지급 등의 문제가 있어 정상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지급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은 당연하고, 손해배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