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88㎏' 플라스틱 배출 세계 3위 오명 언제까지

[플라스틱다이어트] ②플라스틱 폐기물 11년새 2.4배로 늘어
해양쓰레기 83%가 플라스틱…일회용컵 사용 연 30억개 육박

편집자주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택배, 배달 등 생활 패턴이 자리잡으며 일회용품 사용과 플라스틱 배출량이 급증했다.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은 자연과 인간을 위협하고 있고, 폭염과 폭우, 폭설 등 이상기후 현상도 이제 피부로 체감하는 진짜 '위기'가 됐다. 플라스틱 감량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서울시가 내걸은 '제로웨이스트 서울'의 일상 속 작은 실천들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코에 빨대가 꽂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이 영상은 전 세계에 플라스틱 빨대 퇴출 바람을 일으켰다. 2018년 스타벅스 코리아는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했다.

인구수에 비해 국토가 좁아 늘 쓰레기 대란을 겪은 우리나라는 앞서 1995년 쓰레기 종량제, 2002년 분리배출 의무화 등 비교적 빠르게 움직여왔다. 여기에 '플라스틱 없는 삶'에 대한 고민이 더해지면서 잘 버리는 것에서 나아가 '적게 사고 쓰자'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코로나19 등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늘고 있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생활계 폐기물(건설·사업장 제외) 중 플라스틱은 2009년 188만700톤에서 2016년 265만4354톤, 2018년 322만9593만톤, 2019년 417만6805톤, 2020년 457만8072톤으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연간 배출량이 11년 만에 2.4배로 불어났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이 2016년 기준 각국의 국민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88㎏으로 미국(130㎏) 영국(99㎏)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생활계 플라스틱의 분리배출 비율은 40~50% 수준이나 실제 물질로 재활용되는 비율로 따지면 더 낮다. 그린피스는 2019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22.7%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전국 연안에서 수거한 해양 쓰레기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13만8000톤으로 그중 플라스틱이 83%를 차지했다.

해양쓰레기는 미세플라스틱으로 형태가 변해 생선과 조개 등에 스며들어 밥상에 오른다.

이에 유엔환경총회는 2024년 말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 마포구 마포자원회수시설 쓰레기 크레인조정실에서 폐기물이 소각로로 옮겨지는 모습. (뉴스1DB) ⓒ News1 황기선 기자

◇ 라벨 붙은 페트병, 분리수거해 봤자

플라스틱을 아예 쓰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적게 쓰는 것에 앞서 올바른 분리배출을 통한 재활용률 제고가 급선무다.

일례로 정부는 지난 2021년 12월부터 모든 공동·단독주택에서 '투명페트병의 라벨 제거 후 분리배출'을 의무화했다. 투명페트병을 고품질 재생원료로 재활용하기 위해선 내용물을 비우고 헹군 후 라벨지를 제거하고 찌그러트리는 등 압축해 배출해야 하나, 이행률은 높지 않다.

관련 정책을 이행할 지자체와 기업, 소상공인 등의 혼선도 여전하다.

투명페트병의 경우 배출뿐만 아니라 수거와 선별 과정에서도 별도 처리돼야 하나 예산과 인력 등의 한계로 수거 과정에서 뒤섞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배출 방법 등 민원 대응에 어려움도 토로한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분리배출 방법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플라스틱은 종류도 다양하고 배출하는 방법도 달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지구본'을 어떻게 버리냐는 질문에 바로 대답이 안 나와 당황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이제석광고연구소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2일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위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가져다 놓은 1회용 컵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업주 불만도

플라스틱 쓰레기 급증의 주범인 일회용컵을 많이 쓰는 커피·음료, 제과제빵, 패스트푸드 점포 수는 2008년 3500여곳에서 2021년 4만1000여 곳으로 약 11.7배 증가했다. 일회용컵 사용량은 2007년 4억2000여개에서 2021년 약 28억개로 약 6.7배 늘었다.

환경부는 이에 일회용컵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컵당 300원의 보증금을 산정해 반납하도록 하는 '보증금제'를 지난해 12월부터 세종과 제주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다만 95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시가 시범 지역에서 제외되며 반쪽짜리 제도라는 아쉬움도 나왔다.

실제 서울에서는 2021년부터 컵당 1000원의 보증금제를 선도적으로 시작했으나 환경부의 보증금제에서 서울이 제외된 이후 동참하겠다고 나서는 민간 카페가 크게 줄었다.

세종시에서는 현재 12개 매장이 다회용컵 매장으로 전환됐고, 제주의 경우 기존 4개에서 96개로 늘었다. 재활용이 어려운 잉크 인쇄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는 브랜드 또한 기존 5.9%에서 68.8%로 증가했다.

다만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에 모인 가맹점주들은 컵에 붙이는 반납라벨(개당 6.99원) 비용 등 음료 한 잔당 14원의 추가 비용과 높은 초도 비용, 추가 세척과 컵 보관 등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천차만별인 일회용컵 재질을 표준화하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업주는 "이를 시행하지 않는 카페만 찾는 소비자도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라벨 비용과 표준 용기 처리, 보증금 결제 시 카드수수료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제도 안착을 위해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jy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