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태풍 '다나스' 북상…"올거면 일찍 오지..."
올 여름 한반도에 직접적 영향 미친 태풍 없어 '풍작'
'마른 장마' 남부에 여름태풍은 '단비', 녹조해소 효과
'가을태풍' 다나스 8일 이후 영향 "과수농가 대비해야"
- 박현우 기자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올 여름 태풍이 없어 풍작이 예상된다. © News1 임정환 기자
</figure>올해 '태풍 무풍지대'였던 한반도에 가을 태풍 '다나스'가 북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름 내내 태풍이 단 한 차례도 지나지 않아 올 가을 풍작이 기대됐지만 뒤늦게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에 농민들은 수확을 서두르고 있다.
전남 나주에서 배 과수원을 운영하는 김용태씨(59)는 "올 여름 태풍이 없어서 작황이 좋았지만 수확시기에 태풍 소식이 들려와 난감하다"며 "그나마 수확 마무리 시기라 큰 피해는 없겠지만 서둘러 수확을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다나스에 앞서 올 들어 발생한 23개의 태풍 중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태풍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제4호 태풍 '리피(LEEPI)'와 제15호 태풍 '콩레이(KONG-REY)' 영향으로 제주도 근해에서 물결이 높게 이는 등 간접영향은 있었지만 두 태풍도 제주도 먼 바다까지만 접근했다.
태풍이 육상에 영향을 주지 않아 우리나라 들과 산에서는 곡식이 알차게 여물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0월 농업 관측 예상치(전년대비 증가율)는 배 23만7000톤(37%), 가을배추 155만4000톤(19.7%), 건고추 11만1000톤(6.7%), 사과 42만톤(6.3%) 등으로 수확량이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 경상남도 하동에서 밤농사를 짓는 박동환씨(53)는 5일 통화에서 "태풍이 오지 않아서 나무마다 밤이 많이 달려 있어 작황에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작황이 좋을뿐만 아니라 태풍피해로 인한 복구 등에 예산이 들어가지 않아 국가차원에서도 '경사'다.
소방방재청이 민주당 김관영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복구액은 총 2조500억원에 달했는데 태풍과 호우에 의한 풍수해 피해가 전체 자연재해 중 95.6%에 이르렀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제24호 태풍 다나스가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 News1
</figure>그러나 태풍이 없었다고 꼭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마른 장마'로 불릴 정도로 비가 내리지 않았던 올 여름 남부지방에서 여름 태풍은 '단비'가 될 수 있었다.
김용태씨는 "작황이 좋기는 하지만 날씨가 워낙 더웠고 비가 안오다 보니까 평년 대과(大果)가 60~70%씩 달리는데 올해는 20~30%에 불과하다"며 "태풍이라도 한 두 번 와서 비라도 뿌리고 온도라도 조금 낮추고 그랬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상황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태풍이 우리나라로 북상했다면 강풍으로 인해 낙과 등 태풍피해도 있었겠지만 올해 같은 경우 (태풍이 올라왔다면)좋은 면도 있었을 것"이라며 "장마기간동안 남부지방에 비가 많이 안내렸는데 태풍이 왔으면 비는 확실히 뿌려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태풍이 비를 뿌려줄뿐만 아니라 해양의 상층과 하층간 섞어 주는 역할도 해 적조라든지 녹조를 어느정도 해소시켜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월이 훌쩍 넘은 이 시점에서 올라오고 있는 제24호 태풍 '다나스'로부터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이후 제주도 먼바다를 시작으로 중심기압 970hPa, 최대풍속 36m/s(130㎞/h)인 강한 중형 태풍 다나스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상청 태풍센터 연구관은 "다나스가 대한해협 쪽으로 통과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다나스의 진로는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강도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예보했다.
김 연구관은 "태풍이 가까이 오고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수농가 등은 나름대로 대비할 필요가 있고 앞으로 발표되는 태풍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hw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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