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마저 돌아선 화물연대 총파업…'안전운임제 3년 연장' 수용할까

여야,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정부안 합의
8일 오후 중집위 열어 파업 지속 여부 논의

8일 오후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시멘트에 이어 철강과 정유부문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국토부 관계자가 경북 포항시 남구 철강공단에 멈춰서 있는 화물연대 포항지부 소속 화물차량에 업무개시명령서(집단운송 거부행위 조사개시 통지서)를 부착하고 있다. 2022.12.8/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기로에 섰다. 정부여당의 강경대응에 맞서 그나마 우군을 자처해 온 더불어민주당마저 '안전운임제 일몰시한 3년 연장'이라는 정부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더 이상 투쟁 동력을 이어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이날 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를 열어 정부의 추가 업무개시명령 확대 발동에 따른 총파업 대응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전에 민주당이 사실상 정부안을 수용한 '안전운임제 일몰시한 3년 연장'과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를 위한 합의기구 구성·운영'을 화물연대에 제안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화물연대는 이날 저녁 중집위를 열어 민주당안을 받아들여 파업을 종료할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안 역시 화물연대 측과 사전교감은 전혀 없었다는데, 노조 내부에서도 당황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막연히 거부만 하기에는 화물연대가 처한 상황이 좋지는 않다. 가뜩이나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과 같은 강경 기조에 생활고를 이유로 조합원들이 속속 업무에 복귀하는 등 내부 결속력마저 약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그나마 기댈 수 있었던 1야당마저 돌아섰다.

무엇보다 투쟁을 이어가기 가장 부담스러운 이유는 싸늘한 여론이다. 물론 화물연대 노조원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서경지부 소속 한 조합원 관계자는 "화물연대는 국민이든, 언론이든 '정부와 싸우고 있다'는 그림을 만들고 싶지 않다"며 "화물연대가 투쟁하면 폭력적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많이 달라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현 화물연대 파업 상황을 놓고 조합원들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는 말이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더 이상의 파업 투쟁을 유지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노동계 한 인사는 "민심에 반응하는 야당의 태세전환은 곧 이번 파업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와 다름없다"면서 "명분 잃은 투쟁을 계속 끌고 갈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만 정부와 화물연대가 이른 시간에 타협에 이를 수 있을지는 속단할 수 없다. 정부가 '선 업무복귀, 후 대화 방침'이란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정부는 애초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받는다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는데, 민주당이 수용하자마자 온도가 바뀌었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일몰제 3년 연장이라는 정부 기조가 달라진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업무 복귀가 먼저 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실장은 "조건 없는 업무 복귀가 돼야 제도에 대한 부분도 논의되지 않겠나"라며 "(장기화를 우려하는) 그런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