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보름째 접어든 화물연대…추가 업무개시명령에 동력 '흔들'

정부, 시멘트 이어 석유화학·철강 분야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민주노총, 대형노조 빠진 투쟁 대오 균열에 연일 국제사회 호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관기관 장관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세 화물연대 운송거부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12.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집단운송 거부 보름째에 접어든 화물연대에 추가 업무개시명령 조치를 8일 발동했다. 시멘트에 이어 유화·철강분야까지 확대한 것인데, 가뜩이나 정부 강경대응에 내부 결속력이 약해진 민주노총의 파업 동력도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에 문제 제기를 통해 다시 투쟁의 불씨를 살리려 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화물연대를 노조법상 파업 권리를 지닌 합법 노조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판단한다. 이번 총파업에 대해 '집단운송 거부'라고 명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ILO 역시 이 같은 견해에 수긍한다면 개입할 여지는 사라지는 셈이다.

이날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시멘트 분야에 이어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상정해 의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철강·석유화학 분야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과 관련해 "상황의 시급성을 감안해 당장 오늘부터 운송 현황에 대한 현장조사를 착수해 업무개시명령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국무회의 의결이 완료된 현 시점부터 철강, 석유화학 분야 운송거부 사업자 및 종사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추가로 발동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철강·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확대로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운행정지, 자격정지 등 행정처벌에 더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도 이뤄진다.

정부의 잇단 강경대응에 민주노총과 전체 산하 노조 투쟁의 단일대오에는 균열이 생긴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산하 노조와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과 연계해 지난 6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에 돌입했지만, 대우조선해양·현대제철·현대중공업 등 대형노조 등은 불참을 선언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제철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집중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지난 6일 임단협에 잠정합의하면서 파업 불참을 밝혔다.

여기에 파업 장기화에 따른 생계 타격 등을 이유로 화물노조 지입차주들도 속속 업무에 복귀하면서 투쟁 동력이 약해져가는 모양새다.

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집회에서 노조원들이 화물차 번호판을 목에 걸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하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2.12.7/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화물연대 총파업 참가인원은 전체 조합원(2만2000여명) 중 3900여명(17.7%) 수준이다. 총파업 첫날 9600명(43%)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로, 전날 같은 시간을 기준으로 집계된 4400여명(20%)보다 줄었다.

내부 균열로 투쟁 동력을 상실한 민주노총은 정부 강경대응에 맞서 국제사회에 연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2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ILO에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ILO 기본협약에 위배된다'며 직접 개입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데 이어 지난 6일에도 같은 내용의 서한문을 ILO와 국제연합(UN)에 재차 발송했다.

이와 관련 ILO는 최근 우리 정부에 화물연대 파업 관련 대응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민주노총은 내부 결속력 약화에 따른 상황 반전을 위해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위 '직접 개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는 ILO에서 우리 정부에 '의견 제출'을 요구한 것만으로 직접 개입을 시사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정부 주장처럼 노사 문제 발생 시 해당국의 의견을 묻는 통상의 '관례'라는 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LO는 노·사·정 3자 구성체"라며 "민주노총이 문제를 제기한 만큼 그 부분에 비중을 두고 절차를 진행하는 건 맞겠지만, 일각에서 얘기하는 '직접 개입' 문제를 놓고는 정부 측의 이야기도 듣고 판단해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진행하는 통상의 의견수렴 절차로 보인다"고 사견을 전제로 밝혔다.

정부는 ILO에 이번 화물연대 파업이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는데 정당한 공권력 행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날(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7차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에 참석한 박종필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은 기조연설에서 "우리 정부의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법률에 근거해 발동한 조치"임을 밝힌 바 있다.

박 실장은 이후 ILO 질베르 웅보 사무총장을 만나 현재 진행 중인 집단운송 거부에 따른 심각한 국가경제 피해와 국민의 생명·안전·건강 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알리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정당성과 필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