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13분 '尹 체포' 시작부터 철수까지 긴박했던 '5시간30분'

(서울=뉴스1) 이기범 김기성 기자 = 현직 대통령에 대한 사상 초유의 체포영장 집행이 5시간 30분 만에 일단락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은 대통령 관저 건물 200m 이내까지 접근했지만 안전 우려를 이유로 집행을 중지했다.

공수처는 3일 오전 6시 14분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차량 5대로 정부과천청사에서 출발, 오전 7시 10분쯤 관저 인근 한남대로에 진입했다.

이후 오전 7시 19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도착했지만, 대통령 경호처가 관저 입구를 미니버스로 봉쇄하면서 40여분간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수사팀이 관저 경내에 진입한 건 오전 8시 4분쯤이다. 이들은 관저 앞 바리케이드를 걸어서 통과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공수처 인원 20명과 경찰 인력 80명 등 총 100명이 이날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관저에 투입됐다. 이때부터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수사팀은 세 차례에 걸쳐 관저 진입을 저지당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처음 관저 앞 철문을 열고 들어선 이후 버스 차벽과 함께 경호처 직원 50여명이 막았다. 이후 오전 8시 50분쯤 관저 경비를 맡고 있는 육군 수방사 55경비단과 30~40분간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사팀은 이같은 '1차 저지선'을 뚫고 약 100~150m를 더 올라갔지만, 이번에는 버스와 함께 경호처 직원이 막는 상황이 다시 벌어졌다.

1~2차 저지선을 돌파해 80~100m를 더 올라간 수사팀은 관저 건물 200m 앞까지 다가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사팀을 맞이한 것은 경호처 인원이 총동원된 '3차 저지선'이었다. 공수처는 버스, 승용차 등 10대 이상으로 차벽을 세웠고, 경호처 직원과 군인 등 200여명이 겹겹이 벽을 쌓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3차 저지선을 맞닥뜨린 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은 공수처 검사 3명을 관저 건물 앞으로 보내 경호처장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경호처장은 경호법과 경호 구역을 이유로 수색에 협조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도 접촉했다. 변호인단은 기존 주장대로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청구한 영장을 불법적으로 발부받은 상황에서 이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오전 11시 55분쯤 윤갑근 변호사 등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관저로 들어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수사팀과 경호처의 대치가 3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결국 공조본은 이날 오후 1시간 30분쯤 영장 집행 중단을 선언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호처 직원이나 군인 200여명이 겹겹이 벽을 쌓아 도저히 진입을 못 하는 상황이었다"며 "안전 우려가 있어 집행을 중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호처 직원과 군 인력 중에선 개인화기를 휴대한 인원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영장 집행이 중단된 직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경찰 특수단)은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당초 경찰은 현장에서 경호처장을 체포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특수단은 "공조수사본부는 오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으나, 경호처의 위법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완료하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경호처장 및 차장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내일까지 출석 요구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재집행 시도 여부를 검토 중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기한은 오는 6일까지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