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응시하던 폴란드 청년 한숨…"한국 도착 하루 뒤 참사 끔찍"
여의도 국회 앞 합동분향소 설치…시민 추모 발걸음
"제2의 세월호 같다", "아프지 말고 좋은 곳 가시길"
- 홍유진 기자, 김민재 기자
"제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지 바로 하루 뒤에 비행기 사고 소식을 들었어요. 정말 끔찍해요."
(서울=뉴스1) 홍유진 김민재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인근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 이곳에서 만난 폴란드 국적 남성 마이클(18) 군은 "28일에 한국에 도착했는데 바로 다음 날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이클 군은 "폴란드에서도 이런 대형 항공 사고가 몇 번 났었는데 그럴 때마다 다 같이 애도하고, 교훈을 얻어 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0분가량 조용히 분향소를 바라보다가 자리를 떴다.
이날 국회 합동 분향소에는 여야 정치인뿐만 아니라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졌다.
분향소에서 묵주를 들고 기도하던 권 모 씨(70대·여)는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자니 한없이 눈물만 나고,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 같은 마음이 들어서 왔다"며 "좋은 곳으로 가셔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국회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재훈(32) 씨는 "근처에서 일하는데 분향소가 차려졌다고 해서 점심 먹고 시간 내서 왔다"며 "사망자가 너무 많아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분향소 건너편 횡단보도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던 A 씨(50대·여)는 "지나가다가 분향소가 있다고 해서 아프지 말고 좋은 데로 가시라고 기도드렸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서 강사로 일하는 박향숙(50대) 씨는 "국회 도서관에 왔다가 분향소에 들렀다"며 "처음 사고 소식을 듣고 많이 안 다쳤으면 했는데 사망자가 너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가 떠올라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헌화하고 난 뒤 위패를 한참 쳐다보던 여의도 직장인 이윤형(28) 씨는 "세월호 때도 생각나고, 인재라는 생각이 든다"며 "너무나 허망하고 돌아가신 분들이 정말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전북 익산에서 분향소를 찾은 김숙자 씨(50)는 "제2의 세월호 같다"며 "너무 힘들고 속상하고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의 딸 조 모 양(12)은 "마음이 아프고, 이런 일이 다시는 안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포함해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화를 헌화하고 분향소를 빠져나오던 표 모 씨(70대·남)는 "활주로에 콘크리트 둔덕이 왜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외국에서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할 정도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분향소를 방문한 김효정(42) 씨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많이 돌아가셨다"며 "진위가 제대로 밝혀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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