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하는 대한민국 되길"…성탄절 맞아 시민들 곳곳에 '소원 글귀'
명동 성당, 미사 2시간 전부터 '북적'…소원 나무엔 '나라 평안'
'더 현대' 등 성탄절 사진 명소, 2000명 현장 예약 2시간 만에 마감
- 김예원 기자, 장시온 기자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화합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서울=뉴스1) 김예원 장시온 기자 = 25일 성탄절을 맞아 서울 도심은 화려하게 꾸며진 트리 앞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고 연인, 가족과 추억을 남기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특히 시민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초래한 국정 혼란이 하루빨리 수습되기를 기원하며 나라의 평안과 안정을 소망하는 소원 글귀와 기도문을 곳곳에 붙였다.
오후 1시경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 4미터(m) 높이의 거대한 성탄절 트리는 시민들이 걸어놓은 소원 글귀로 가득했다. 까치발을 들고 글귀가 적힌 종이를 거는 학생, 아빠 목마를 타고 높이 하늘로 손을 뻗는 어린아이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났다.
연인,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만큼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주는 글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군대 건강히 다녀오고 행복하게 해주세요", "공부 잘해서 성적 잘 나오게 해주세요" 등 입대와 입시를 앞둔 가족들의 소망도 눈에 띄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염려하는 나무 팻말도 여럿 달려 있었다. '2024 안에 윤석열 파면 김건희 구속 정의가 이긴다', '윤석열 파면', '하나님 대한민국을 안정되게 해주세요 윤석열 응원합니다' 등 나무 팻말 문구마저도 상반됐다.
경기 고양시에서 5·7살 자녀와 함께 왔다는 30대 이 모 씨는 "올해 좀 시끄러운 일들이 많지 않았나"라며 "딸이랑 아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에 찾은 명동 성당도 시민들로 가득했다. 미사 시작은 오후 4시부터지만 시민들은 미리 자리를 잡은 채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며 가족과 나라의 평안을 빌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조 모 씨(62)는 "아들이 빨리 낫게 해달라는 기도, 혼란스러운 시국이 빨리 안정을 찾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했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당을 찾았다고 밝힌 이채미 씨(24)는 "서로 그만 싸우고 화합해서 나라를 잘 이끌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미소를 보냈다.
'더 현대' 등 실내 크리스마스 사진 찍기 명소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루돌프 머리띠를 쓰거나 산타 복장을 한 연인들이 시선을 끌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만화 캐릭터,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연말 분위기를 만끽했다.
산타 복장을 한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자녀를 데리고 온 30대 A 씨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떠밀리듯 이곳까지 들어온 것 같다"며 "그래도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재밌어하니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오후 1시 30분 기준 더 현대 내부에 마련된 식당들은 적게는 50팀, 많게는 150팀 가까이 대기 줄이 이어졌다. 사전 예약과 별도로 이뤄진 선착순 2000명 크리스마스 전시 현장 예매는 시작 2시간 만에 마감돼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들도 여럿 보였다.
연인과 함께 성탄절 소품 옆에서 사진을 찍던 이 모 씨(25)는 "최근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그래도 연말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왔다"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만 찍고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kimyew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