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에 매몰된 '극단 시청자들'…계엄·탄핵 정국에 다시 주목
극단 유튜브 '확증편향' 우려 증폭…제도적 규제 필요도
가족·세대 간 갈등 요소로 부상…대화 단절 우려도 커져
- 정윤미 기자,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장시온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4차 대국민 담화를 들은 대다수 시민은 "극우 유튜브를 보는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이 당시 담화에서 계엄 선포 정당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북한을 추정하는 반국가세력' '부정선거 의혹' '여론 조작' 등이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상통한다는 것이다.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 영상에 자주 노출된 이용자일수록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는 '확증편향'이 올바른 사고와 판단을 방해한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이번 계엄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보수·진보 유튜버들이 총출동해 스피커 역할을 하면서 각 진영에서의 확증편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가정이나 사회에서 적잖은 갈등을 빚고 있어 향후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정치적 진보 성향 아버지와 보수 성향 어머니를 둔 20대 A 씨는 16일 <뉴스1>에 부모님이 각자 구독하는 유튜브 영상을 가족대화방에 공유하시며 경쟁을 벌이다 결국 부부싸움으로 번졌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중도'라고 밝힌 A 씨는 "제가 보기엔 양쪽 다 사실확인이 안된 터무니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씁쓸해했다.
40대 최 모 씨(41)는 "70대 어머니가 '오죽하면 계엄까지 했겠냐'고 전화할 때마다 말씀하신다"며 "평소 카카오톡으로 극우 성향 유튜브 영상 링크를 자주 보내주시는데 어머니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제발 그만 좀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한 육아카페 이용자는 "시부모님이 이번 12·3 사태에 관해 가족대화방에 어디서 말하기 부끄러운 내용의 유튜브 링크를 자꾸 올리시는데 환장할 지경"이라며 "이번 주말에 뵙기로 했는데 정치 얘기는 입에도 올리지 말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B 씨도 "부모님께서 갤럭시탭을 사드렸는데 맨날 '국뽕유튜브'만 보셔서 '보지 마라' '그런 거 다 사기다'라고 경고를 해도 '그냥 재밌으니까 본다'고 하신다"며 "괜히 사드린 것 같다"고 후회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브상에서 부정확한 정보나 정치적 편견이 들어간 내용들을 알고리즘에 의해 반복 시청할 경우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하거나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다른건 다 부정하려는 확증편향이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기성언론은 기자 개인 의견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비교적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며 "반면 개인 유튜브는 제도적으로 규제할 아무런 방법이 없어서 의견이 다소 과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고 다 똑같다"며 "자기들끼리 옳다고 하는 정보의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같은 불안정한 시국에 사람들은 더욱 자기 취향에 맞는 걸 찾아서 안심하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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