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9만원·초보 환영"…여성 노린 고액 알바의 정체
높은 시급으로 여성 구직자 유혹…공고와 다른 업무도
구인·구직 사이트 측 "공고와 다른 업무 제안하면 신고해야"
- 유수연 기자
"시급 9만원. 초보 환영. 간단한 손님 응대."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지난해 대학생이 된 A 씨(21·여)는 시급 7만 원의 고액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모던바'에 지원했다. "우리는 건전한 토킹바"라며 "대화만 나누면 된다"는 공고를 믿고 면접을 보러 갔지만, 유흥업소 같은 분위기에 돌아 나왔다.
A 씨는 "집에 돌아와서 검색해 보니 터치 없고 건전한 토킹바라는 건 없다더라"며 "멋모르고 시급만 보고 유흥업소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24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으로 여성 구직자에게 접근하는 유흥업소 아르바이트 공고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인증된 계정으로 구인·구직 사이트에 △서울 전체 △여자 △20세 등 상세 조건을 입력하고 일자리를 검색하자 시급 6만~10만 원 고액 알바가 눈에 띄었다. 여성 종업원이 손님들의 술 시중과 말 상대를 하는 일명 유흥 접객 아르바이트였다. 이들은 '초보 환영·술 강요 없음·꿀알바' 등을 내세우며 홍보했다.
대학생 김 모 씨(여·23)는 토킹바 아르바이트 공고의 높은 시급을 보고 지원 문자를 보냈다. 공고에는 건전하다고 쓰여 있었지만, 간단한 터치는 있을 수 있다는 안내에 일자리를 거절했다. 하지만 거절 이후에도 사장은 "서비스 업무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시급 6만 원에 열심히 하면 더 벌 수 있다"고 김 씨를 설득했다.
바 업종 아르바이트 공고는 "우리는 건전하다"며 홍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인·구직 사이트 게시판에 자신을 영업주라고 밝힌 한 게시글 작성자는 "100% 터치 없는 모던바·토킹바는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어디를 가든 어느 정도의 터치는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은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유흥 접객 아르바이트 공고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접객원을 모집하거나 공고 내용과 다른 업무를 제안할 경우 문제가 된다.
구인·구직 사이트 관계자는 "면접 단계에서 업체가 공고에 기재된 내용 외에 다른 업무를 제안하면 신고해야 한다"며 "신고를 접수하면 공고를 정지하고 바로 내릴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또 "지원하기 버튼을 누르면 공고 내용과 다른 업무를 제안하는 주의 사항 팝업 안내문이 뜬다"며 "구직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구인·구직 사이트의 유흥주점 접객원 아르바이트 공고는 불법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청소년을 고용하는 것은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청소년이라면 그런 유형의 아르바이트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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