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족 몰살할 것" 빌려준 9억원 받으려 폭행·협박한 60대 집유
사무실·교회 따라다니며 차에 태워 폭행…5년 넘게 지속
재판부 "회사 부도 후 채권 둘러싼 갈등 심화한 점 참작"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회사 부도로 빌려준 돈 9억 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5년 넘게 폭행과 협박, 차량 감금을 일삼은 6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 11형사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중감금치상, 특수공갈 등 혐의를 받는 노 모 씨(68)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노 씨는 2011년 7월, 같은 교회를 다니며 알게 된 A 씨에게 9억 원가량의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뒤인 2016년 5월 회사 부도로 돈을 받지 못하게 되자, A 씨에게 직접 돈을 받는 과정에서 그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노 씨의 범행은 2016년부터 5년 넘게 지속됐다. 노 씨는 A 씨에게 돈을 갚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며 칼을 꺼내 겨누거나, 사람을 시켜 A 씨 가족을 몰살하겠다고 협박하며 총 16회에 걸쳐 5억 6500만 원 상당을 돌려받았다.
노 씨는 2017년 10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돈을 받기 위해 A 씨를 강제로 차에 태워 감금한 뒤 폭행하는 등 6차례 가혹행위를 한 혐의도 받는다. 노 씨는 자신의 사무실 밖으로 나오거나 교회 예배를 마친 A 씨를 강제로 차에 태우고 감금, 그의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했다.
돈을 갚지 않을 시 손가락 절단 등 어떤 행위도 감수하라며 그를 협박해 각서를 쓰게 했다. A 씨는 노 씨의 폭행으로 오른 손가락 골절과 좌측 고막의 파열 등 최대 전치 6주의 상해를 입기도 했다.
노 씨는 피해자를 폭행한 적은 있지만, 협박 또는 가혹행위를 하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 도중 A 씨가 고소 내용 중 일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처벌 불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가 작성한 처벌 불원서는 기억력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지 진술을 번복하는 내용이 아니며,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된 차용증, 폭행 확인서 등은 노 씨 측 주장보단 피해자 측 진술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회사 부도 후 대여금 채권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여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피고인이 채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피해자와 합의했고, 피해자가 더 이상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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