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몸캠피싱 피해자 60%가 10·20대…"도와주겠다"는 업체도 조심해야
여성인 척 사진·영상 공유하지만 실제 조직원은 전부 남성
"개개인에 영상 유포 어떻게 막나…2차 피해 주의" 당부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한 '몸캠피싱' 범죄 피해자의 약 60%가 10대와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몸캠피싱 범죄는 이미 수년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었지만 연령대별로 조사가 이뤄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9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몸캠피싱 범죄를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 총 1726명 가운데 10대는 297명(17%), 20대는 767명(44%)으로 전체의 6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적 호기심이 강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익숙한 10·20세대 특성상 몸캠피싱 범죄에 더 취약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주변에 알려질 것이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이 경찰 신고를 꺼리는 경향 때문에 실제 범죄 피해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몸캠피싱은 미모의 여성을 가장해 주로 남성을 상대로 영상통화와 악성앱 설치 등을 유도한 후 신체를 촬영한 사진·영상을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는 수법의 범죄를 일컫는다.
범인들은 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라인 등 글로벌 SNS나 데이트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노출이 많은 여성 사진을 동원, 채팅을 하며 피해자의 신뢰를 얻는 과정을 거친다. 여성인 척 피해자와 대화하고 사진과 영상을 주고받지만 피해자에게 제공되는 것은 모두 범죄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둔 영상이다.
수법은 다양해졌지만 대체로 영상통화나 영상채팅을 유도하며 특정 앱이나 apk 등 파일을 설치할 것을 요구한다. 휴대전화에 침입해 연락처나 개인정보를 빼낼 수 있는 악성앱이다. 경찰은 애초부터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나 파일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최근에는 특정 앱 설치를 도와주겠다며 아이클라우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사례도 나온다.
일선 경찰들은 실제로 검거되는 몸캠피싱 범죄조직원들 중 여성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피싱 범죄처럼 몸캠피싱 범죄조직도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다 보니 위치 추적과 검거가 어려워 매해 발생 건수 대비 검거율이 약 20% 안팎에 그친다.
경찰 입장에서는 피해자들의 수사 협조가 원활하지 않은 점도 고민이다. 수사 과정에서 추가 피해자들이 확인돼 경찰이 연락을 취해도 진술을 꺼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몸캠피싱 범죄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경찰 신고 대신 디지털 장의사를 자처하는 민간업체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려 하기도 한다. 다만 검증되지 않은 민간업체는 '영상 유포를 막아주겠다'는 빌미로 개인정보나 돈을 추가로 요구하고 2차 범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웹상에 (영상을) 올리는 것이라면 삭제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미 연락처가 유출된 이상 개개인에게 유포하는 것을 어떻게 막는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추가 정보 유출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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