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개설됐습니다" 기관 사칭 28억건 불법 문자 전송 일당 검거
10년간 해외 서버 통해 불법 문자 전송…범죄수익 485억
경찰 "미끼문자 대신 카드 배송 기사 사칭으로 수법 변경"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등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불법으로 국제 발신 문자메시지를 대량으로 전송해 온 일당 2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5월 말부터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6개 문자 전송업체를 단속해 대표 김 모 씨(39) 등 20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3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김 씨 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미등록된 채로 해외 통신사를 경유해 국내 이동전화에 문자를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후, 보이스피싱 미끼문자 및 불법 의약품, 도박사이트, 성매매 광고 등 정보통신망법상 엄격히 발송 금지된 불법 문자 전송을 의뢰받아 대량 전송해 온 혐의를 받는다.
이들 6개 업체는 2015년부터 최근까지 약 10년간 이같은 문자를 합계 28억 건 전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가 지난 8월 기준 약 5692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인당 약 50건씩 수신한 셈이다.
대량 문자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과기부에 등록해야 하지만 이들은 사이트 서버를 외국에 두고 미등록 상태에서 해외 통신사를 경유해 문자를 전송해 규제를 회피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신용카드 발급이나 결제를 사칭하는 문자로 전화를 유도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국내 문자전송 사업자가 아니라 국제 발신 업자를 통해 발송된 것을 확인함에 따라 지난 1월 수사에 착수했다.
김 씨는 국내 최초로 2015년경 불법 문자전송 업체 'ㄱ문자' 사이트를 개설해 지난달 말 경찰에 붙잡힐 때까지 총 21억 건 불법 문자를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으로 문자 전송을 의뢰받았고, 해외 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으로 건당 14~20원씩 대금을 수수했다.
경찰은 지난 5월 말부터 'ㄱ문자' 등 6개 국제 발신 문자 업체를 특정,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증거를 확보했다. 이후 문자 업체를 운영한 김 씨와 전 모 씨(51), 정 모 씨(31)를 구속하고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이 총 485억 4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김 씨가 운영한 'ㄱ문자' 업체의 범죄수익은 390억 원에 달한다.
경찰은 김 씨로부터 현금 3억 8000만 원과 보증금 25억 원, 가상자산 20억 원 등 총자산 48억 8000만 원을 몰수하고 추징 보전 절차를 통해 환수할 예정이다.
실제로 이들 전송업자들에 대한 검거가 시작된 후로 카드 발급이나 결제를 사칭하는 국제 문자 스팸신고 건수가 감소했다. 특히 'ㄱ문자'를 단속한 후로는 동일한 유형의 미끼 문자가 사라져 수사 효과성이 확인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최근 국제발신 문자업체를 검거하면서 미끼문자 발송이 어려워지자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직접 카드 배송기사를 사칭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가 도용된 것 같다', '경찰이나 검찰, 금융당국에 연결해주겠다'고 속이는 방식으로 수법이 변경됐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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