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공부는 괜찮고 SNS는 안된다?[출구 없는 161분]③

인플루언서 꿈꾸는 청소년에겐 꿈 실현 위한 노력의 시간
"열댓 명 도전, 생존은 한두 명"…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못해

편집자주 ...2023년 기준 10대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161분. 심할 경우 휴대전화 화면에 펼쳐진 '한 뼘 세상' SNS에 하루 20시간 매달린다. 정치권 논의대로 청소년들의 SNS 접속을 차단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뉴스1은 약 두 달간 전국 초등학교·고등학교·치유 캠프에서 청소년·인플루언서 등 총 95명을 만나 SNS 과의존 실태와 해법을 추적했다.

2일 오전 대구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등굣길 학생들이 카카오톡 친구목록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4.9.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처음에는 열댓 명이 같이 시작했어요. 근데 지금까지 하는 건 저까지 딱 2명이에요."

(서울=뉴스1) 김종훈 이기범 정윤미 김예원 기자 = 인천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 예성이(16)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처음 춤 영상을 올렸던 1년 전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주변 친구들과 함께 SNS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하나둘 그만뒀다.

"'수요 없는 공급'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까 다들 질려서 포기하고 다른 걸 찾아 떠나더라고요."

예성이처럼 단순히 SNS 사용자에 그치지 않고 또래와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에 도전하는 10·20대가 늘고 있다. 특히 사용자의 SNS 과의존이 문제가 되듯이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청소년 역시 '중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뉴스1이 만난 청소년 인플루언서 대부분은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은 모두 SNS에 쓴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에 인플루언서의 화려한 면에 취해 SNS에 발을 들이지만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예성이는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해서 50번 넘게 재촬영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10초 분량 숏폼 영상 하나를 위해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을 1시간 넘게 들었다 내려놓길 수없이 반복했다고 한다.

1년이 지난 지금, 예성이는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5000명이 넘는 어엿한 인플루언서가 됐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춤 영상은 누적 조회수 200만 회를 넘겼다.

하지만 언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지 몰라 고민이다. 예성이는 "요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많이 봐주지 않는다"며 "(조회수가) 줄어들면 안타깝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플루언서가 됐지만 여전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인플루언서 황세훈(20)이 인스타그램 숏폼 '릴스'에 올린 '첫눈 챌린지' 영상(좌)과 해당 챌린지 유행으로 감사함을 담아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황세훈 인스타그램 갈무리)

20만 인플루언서 "SNS는 기회의 땅"…'좋아요' 수 유지하려 안간힘

수십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인플루언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숏폼 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21만 구독자를 모은 황세훈 씨(20)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코로나19를 겪으며 크리에이터의 길로 들어섰다. 춤에 관심이 많았던 세훈 씨에게 집합금지 명령은 직격탄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에게 SNS는 '기회의 땅'이었다.

"팬데믹 때문에 모든 공연이 취소됐어요. '이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다가 '릴스'가 눈에 들어왔어요."

이후 10·20대 크리에이터 소속사 '틴스튜디오'에 들어간 세훈 씨는 지난해 겨울 아이돌 그룹 엑소의 노래 '첫눈'을 댄스 챌린지로 유행시키며 이름을 알렸다. 해당 영상은 10월 28일 기준 릴스에서 조회수 967만 회를 넘겼다. 해당 곡은 각종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어느 정도 팬을 보유한 그도 대중의 반응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세훈 씨는 게시물을 올린 뒤 1시간 동안은 받은 '좋아요' 개수를 확인하기 위해 '새로고침' 버튼을 연타한다. 콘텐츠에 대한 일종의 성적표를 확인하는 셈이다. 평소보다 '좋아요' 수가 적으면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많은 팬을 모은 대형 인플루언서도 SNS 너머에 있는 대중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이다. 하루에 영상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냐는 질문을 던지자, 세훈 씨는 "잠자는 시간 빼고는 계속 생각한다"고 답했다.

어느새 직업된 '크리에이터'…기성세대는 '골칫거리' 취급

이들처럼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청소년은 유별난 존재가 아니다. 교육부가 지난 3월 공개한 '2023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사이에서 크리에이터(유튜버, BJ, 스트리머 등)가 희망직업 4위를 차지했다. 중학생 대상 조사에서도 20위 안에 들었다.

이런 추세는 청소년에게 SNS는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이들이 대부분 시간을 SNS에 보내는 것은 다소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하루 대부분을 공부나 운동 등에 몰두하는 학생처럼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성세대에게 인플루언서가 활동하는 SNS 속 세상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요지경'이다. 인플루언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자신이 하는 일을 가족에게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틱톡에서 팔로워 12만 명을 보유한 고등학교 3학년 민경이(18)는 뷰티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지만, 부모님과는 여전히 갈등 중이다. 성인이 되는 내년부터 전업으로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민경의 부모님은 SNS 활동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설명을 드리긴 하는데 잘 이해를 못 하세요."

전문가는 이미 청소년의 일부가 돼버린 SNS 활용을 단순히 무시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학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공부가 최우선이고 나머지 모든 행위를 공부에 방해되는 행위로 봤다"며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공포는 늘 있었지만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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