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에 삭발한 경찰들…"우린 로보캅이 아냐"

'하동 사건' 계기 2시간마다 순찰차 보고 지시에 반발
경찰청장 탄핵 청원 동의 5만명 넘어…국회 상임위 회부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가 21일 '경찰의 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 중이다. (독자 제공)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우리가 생일날 삭발을 하는 것은 지금의 시책은 잘못되었고, 경찰의 인권은 탄압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가 21일 '경찰의 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삭발식을 감행했다. 이들은 경찰청이 최근 시행한 '지역 관서 근무 감독·관리체계 개선 대책'이 일선 경찰관의 업무 부담을 가중한다고 반발했다.

이날 행사에는 30명의 직협 소속 경찰관들이 참석했다. 이 중 민관기 경잘직협 위원장 등 9명은 '경찰관은 로보캅이 아닙니다'라고 쓰인 이발 가운을 걸치고 삭발식에 참여했다.

경찰직협 측은 "지휘부는 현장의 고통을 외면한 채 우리가 겪는 정신적 고문을 무시하고, 마치 우리의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경찰청장은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현장 경찰관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8월 경남 하동군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된 40대 여성이 파출소 순찰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지난달부터 일선 경찰서에 '지역 관서 근무 감독·관리체계 개선'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일선 경찰서는 △순찰차 시간대별 임무 구체적 표기 △2시간마다 순찰차 교대 시 차량 잠금장치 및 내외부 이상 유무 확인 △2시간 이상 정차 시 112시스템에 사유 입력 등을 해야 한다. 지역관서장과 부서장, 관서장 등 단계별 관리 체계를 통해 근무 태만과 관리 부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일부 경찰관들 사이에서 지나친 옥죄기라는 반발이 나왔다. 인력 부족, 관서별 사정 등 현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한 통제만 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일에는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 요청이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현재 해당 청원글은 동의 수 5만 3805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에 해당 사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조 청장은 지난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근무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달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이고 그걸 최소 수준으로 점검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동의 못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