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최고 윗선 김광호 무죄…"주의 감독 의무 게을리 않아"(상보)
참사 719일만에 선고…"공소사실과 관련해 범죄 증명할 수 없어"
경력 배치 미흡 주장엔 "2차례에 걸쳐 점검 지시…추가 위험 알기 어려웠을 것"
- 김예원 기자,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김종훈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치안 최고 책임자였던 김광호 전 청장을 비롯한 서울경찰청 관계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참사가 발생한지 719일만이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에게 올라온 내부 보고 등의 내용을 감안할 때 그가 지휘·감독 등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1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과 같이 재판에 넘겨진 류미진 당시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총경), 참사 당일 당직 근무자였던 정대경 전 112상황팀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받은 이태원 인파 대응 계획 보고 등을 살펴봤을 때 단순 다수 인파 집중을 넘어선, 대규모 사고 발생 우려 및 대비 필요성과 관련된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청장의 조치는 당시 인식한 위험성에 비춰봤을 때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지시에 불과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이후 혼잡 경비를 위한 경비 기동대 배치 등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관해서도 재판부는 당시 김 전 청장에게 올라 온 보고를 감안할 때 주의 감독 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총장은 서울경찰청 경비과 등에게 2차례에 걸쳐 핼러윈 데이 점검 마련을 지시했지만 서울청은 자체적으로 수요가 없다고 판단, 용산서도 자체 경력만으로 인파 관리가 가능한 것처럼 보고서를 기재했다"며 "김 전 청장이 구체적인 추가 지시를 하지 않고 이를 신뢰한 것이 책임 회피라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류 총경에 대해 "사고 당시 112 상황실에 머물지 않아 지연 근무가 발생하는 등 업무상 과실은 인정하나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인과관계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경정에 대해서도 "접수반 대원들이 112 신고 분류 코드 대응 방법을 충분히 인식해 정 경정이 추가 교양을 할 필요가 없었다"며 "서울청 인력 현황 등에 비췄을 때 (보고 지연 등은) 철저히 불합리하게 처리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내부 보고 등을 통해 인파 밀집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참사 당일에도 혼잡 경비를 위한 경비 기동대 배치 등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게을리 했으며, 사고 이후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음에도 관련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혐의도 있다.
참사 당일 당직이었던 류 총경과 정 경정은 압사 관련 112 신고가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정착 근무를 하지 않거나 상급자 보고를 지연해 피해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유사한 사고 전례가 없었고 당일 이태원에 별도 행사도 예정돼 있지 않았다며 참사를 예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안전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경찰 조직을 지휘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며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류 총경엔 금고 3년, 정 경정엔 금고 2년 6개월을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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