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전 서울청장, 오늘 선고…과실 책임 인정될까
경찰 업무상 과실 책임 인정해 온 법원…"안전 대책 수립 의무" 쟁점
일각 책임 입증 어렵다는 관측도…세월호 참사 해경청장, 무죄 사례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주요 책임자들의 1심 공판이 17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을 끝으로 일단락된다. 당시 서울 지역 치안의 총책임자였던 김 전 청장에게 부여된 구체적 주의 의무가 어디까지 인정되느냐에 따라 선고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 전 청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안전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경찰 조직을 지휘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며 금고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와 관련해 지금까지 경찰 측의 업무상 과실만 인정하고 있다. 참사 발생 당시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법적으로 명시돼 있었지만 용산구청 등 지자체는 인파 밀집 통제 업무가 구체적으로 부여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1심에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금고 3년,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무죄 선고를 받은 이유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김 전 청장도 경찰의 업무상 과실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법에 따르면 경찰서장은 시, 도 경찰청장의 지휘 감독을 받아 관할 구역의 소관 사무를 관장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그 이유로 "안전사고 발생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모든 위험 요소를 검토해 정보·경비·교통 계획을 적절히 수립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이 전 서장이 서울경찰청에 기동대를 요청했다는 대목과 관련, 재판부가 이를 허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김 전 청장은 참사 당시 용산 경찰서가 교통 기동대만 요청하고 경비 기동대는 요청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만약 기동대 요청 사실이 인정된다면 김 전 청장이 자신에게 부여된 지휘,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수 있다.
서울경찰청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받은 선례도 존재한다.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은 2016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1000만 원이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이 집회 현장 지휘 및 통제를 소홀히 해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판사 출신인 문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판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에서 업무는 직접적, 구체적 업무가 아니라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한 업무를 말한다"며 "김 전 청장이 평소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핼러윈 참사를 막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상급 책임자라는 면에서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고위 공무원의 업무상 과실치사 관련한 선례에 비춰볼 때, 김 전 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입증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 총책임자였던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전 청장도 김광호 전 청장과 같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금고 5년이 구형,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김 전 청장을 비롯한 해경 간부들이 세월호의 급격한 침몰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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