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의 한글 선생님들 "우리 직업요?"…10명 중 9명 '비추'
한국어교원 55.4% 월 200만 원 미만 임금…생계 위해 다른 일도
시민단체 "'한글의 세계화' 명목 아래 저임금과 고용불안 시달려"
-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석사까지 마치고 10년 넘게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저연봉에 가까운 돈을 벌고 있는 것이 한 인간으로서 참담한 기분이 들 때가 자주 있습니다."
이주민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원 10명 중 9명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한국어교원이 되는 것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9일 한글날을 맞아 대학 어학당, 유·초·중·고, 가족센터, 사회통합프로그램,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에서 일하는 한국어교원을 대상으로 8월 26일부터 9월 13일까지 실시한 노동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어교원 88.1%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한국어교원이라는 직업을 추천하겠냐'는 문항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국어교원들이 뽑은 가장 큰 문제는 △낮은 보수(65.9%) △고용불안(64.3%) △불명확한 법적 지위(37.0%) 순이었다. 주관식 응답을 통해 '아르바이트 취급', '0에 수렴하는 복지', '국가와 기관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직업'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어교원의 절반 이상인 55.4%가 월 20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 원 미만은 15.7%,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는 39.7%였다. 생계유지를 위해 가족의 소득에 의지한다는 응답은 53.4%, 별도의 경제 활동을 한다는 응답은 39.2%를 기록했다. 한국어교원 95.2%는 현재 소득이 생계유지에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사회 보험과 휴가·휴직 등 노동자로서 권리를 누리지 못한 한국어교원도 상당수였다. 특히 한국어교원 93.4%는 작년 1년간 연차휴가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응답은 94.5%에 육박했다. 유급 병가(89.1%)·경조사 휴가(76.6%)·출산 휴가(73.9%)·육아휴직(78.4%)·가족돌봄휴가(88.9%) 등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 고용 형태는 전체 응답의 23.3%에 불과했다. '기간제 계약직'이라는 응답이 59.9%, '위촉, 도급, 용역, 파견 등 간접고용'이라는 응답이 14.5%로 나타났다. 계약직 중 62.3%는 3개월 미만의 초단기 계약이었다.
무급으로 회의나 행사 참여, 일과 후 업무 연락, 청소, 짐 정리, 행사 보조 등 강의 이외의 업무 지시와 단체카톡방에서 계약 해지 통보 등 부적절한 대우도 빈번했다. 이러한 경험 유무에 대해 46.4%가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한국어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가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고,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한국어교원 노동조합이 만들어진다면 가입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83.8%에 달했다. 한국어교원들은 우선적인 추진 과제로 △한국어교원의 법률적 지위 마련과 정립(51.9%) △시간당 강의료 인상(44.0%) △고용 안정(41.6%) △주당 강의 시수 확대(26.7%) △강의 외 노동 시간 임금 지급(22.3%)을 꼽았다.
설문조사를 담당한 대학노조 연세대 한국어학당 최수근 전 지부장은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어 교육 노동자들의 현실이 드러났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어 세계화'라는 허울 좋은 정부 정책의 그늘에서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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