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불엔 웬만하면 건너야"…시내 버스 이유있는 '난폭운전'
올해 서울시 버스 난폭운전 민원 414건…작년보다 증가세 가팔라
전문가, "안전 운행과 배차 정시성 동시 충족 어려워…안전 우선에 둬야"
-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금요일 아침 7시 18분. 꽉 막힌 출근길에 기자가 탄 시내버스는 급정거와 급가속을 반복했다. 총 10개 정류장에서 급정거하며 정차했고, 승객들은 비틀대며 중심을 잡았다. 22분 동안 깜빡이 없는 차선 변경은 3회였다. 또 빨간불이 길어지면 슬금슬금 횡단보도를 침범했다. 아슬아슬한 운전이었지만 덕분에 7시 53분까지 시간 맞춰 출근할 수 있었다.
서울시 주차계획과에 따르면 2023년 서울시에 접수된 버스 난폭운전 민원은 739건을 기록했다. 2022년 670건에 비해 10.3% 증가했다. 올해 6월까지 난폭운전 민원은 414건을 기록해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약 1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버스 기사들은 '배차 정시성'을 지키기 위해 난폭운전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관내 시내버스 회사 평가 기준에 배차 정시성을 포함하고 해당 지표를 통해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정해진 시각에 출발하고 도착하는 정시성은 대중교통의 주요 요소다. 하지만 8분 배차 간격과 안전 운전을 동시에 지키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오후 1시 18분쯤 서울 은평구 공영차고지에서 만난 15년 차 버스 기사 박 모 씨(남·50)는 "요즘 집회도 많아지고 교통 상황이 안 좋아져서 배차 간격 못 지킬까 봐 좀 급하게 간다"며 "노란불이면 웬만하면 건너간다"고 멋쩍게 웃었다.
박 씨는 "(신호에 걸리면) 8분에 맞춰 가야 하는 게 20분 이상 벌어져 나도 모르게 거칠게 운전하게 된다"며 "3분 정도 밀렸는데 신호에 걸리고, 순식간에 앞차는 지나가면 당연히 쫓아가려고 가속한다"고 말했다.
버스 운전 경력 25년의 베테랑 기사 A 씨도 배차 간격을 지키기가 어렵다며 "겪어 보셔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A 씨는 "우리는 시간 맞춰 다녀야 하는데 손님이 많아서 신호에 한 번 끊어질(걸릴) 수 있다"며 "그럼 그게 2분이고, 그런 식으로 자꾸 벌어지는 걸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서울지부 관계자는 "버스 노동자들이 시민 안전이 보장 안 된다고 말해도 반영이 안 된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빨리 가야 하니까 안전 운행하며 (자동차 간) 앞뒤 간격을 지키려고 해도 업무 지시 불이행으로 징계받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배차 간격을 지키기 위해 급정거로 인한 차내 안전사고가 가장 많다"며 "안전 운행과 배차 정시성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할 순 없기 때문에 일단 무조건 시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둬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서울은 타 시도에 비해 집회나 사건 사고가 잦아 배차 간격이 더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이런 특수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승객들이 이해를 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배차 간격을 넓힐 경우 승객들의 불편이 커지기 때문에 대안이 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난폭 운전을 줄이려면 정시성을 평가할 때 차가 막히는 출퇴근 시간에는 정시성 충족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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