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의사' 블랙리스트 유포 전공의 구속…의정갈등 후 처음(종합)
복귀 전공의 명단 등 게시…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경찰, 블랙리스트 사건 32명 송치…구속 첫 사례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유포한 사직 전공의가 구속됐다. 의정 갈등 이후 블랙리스트 관련 첫 구속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정 모 씨에 대해 '증거인멸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복귀 전공의 두고 '감사한 의사' 비꼬아
이날 오전 10시 30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 씨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심문을 받은 뒤 법정 밖으로 나왔다. 정 씨는 "혐의 인정하냐", "블랙리스트 왜 작성했냐". "리스트 올라간 의사들에게 할 말 없냐", "환자들에게 할 말 없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 씨의 변호인은 "혐의를 부인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경찰 단계에서는 진술을 거부했었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은 "영장 청구서에 블랙리스트 작성과 유포에 대한 부분이 모두 포함돼 있어 그 점에 대해 설명드렸다"고 말했다.
정 씨는 지난 7월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텔레그램 등에서 의료 현장에 남거나 복귀한 전공의·의대생을 비꼬는 이른바 '감사한 의사' 명단을 만들어 수차례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게시물에는 피해자들의 실명·소속 병원·소속 학교 등이 자세하게 기재돼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12일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다음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는 이를 검토해 청구했다.
검찰은 의대 증원에 반대해 발생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선 병원에 파견된 공보의 명단을 온라인에 유출한 전공의 2명과 공보의 6명 등 의사 11명, 의대생 2명 총 13명의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앞서 경찰은 의사 집단행동 초기부터 복귀 전공의 및 전임의 명단 등을 공개해 조리돌린 '의사 블랙리스트' 사건 총 42건을 수사해 왔다. 그 결과 48명을 특정해 45명을 조사하고, 32명을 송치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엄정 대응 방침에도 "헛짓거리 그만하라" 조롱
최근에는 아카이브 형태 인터넷 공간을 통해 블랙리스트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군 복무 중인 와중에도 응급의료를 지켜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응급실에 파견돼 근무 중인 군의관으로 추정되는 의사들의 실명이 공개돼 보건복지부가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아카이브 페이지 운영자는 지난 14일 응급실 근무 의사 명단을 삭제한 후 근무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펠로), 강의실에 남은 의과대학 학생, 복귀를 독려한 의사 등의 신상을 다시 공개했다. 또 경찰에게 '헛짓거리'를 그만하라면서 조롱하기까지 했다.
운영자는 "응급실 명단이 언론에 좋지 않게 소개된 것을 보았다. 국민 여러분께 불편함을 드려 사과드린다. 응급실 명단을 내리겠다"며 제보가 쌓여있지만, 아직 반영은 안 했다고 알렸다.
또한 '복귀 전공의 명단'을 작성한 의사에 스토킹 혐의를 적용한 것과 관련해 경찰을 비하하는 표현과 함께 "300번 스토킹한 ○○는 불구속 수사로 살인까지 하게 사실상 도와주는 공범이 '경찰'인데, 인터넷에 직장 동료들 이름 쓴 사람은 구속 수사인가"라고 전했다.
이어 "뭣도 모르는 사람한테 텔레그램방 운영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압수수색하고, 이젠 아카이브 운영 혐의도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수사기관과 협조해 돌아온 의사·대학생들을 겁박하고 추가 복귀를 방해할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제작·유포하는 행위를 엄단할 방침이라고 밝혀왔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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