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유포 의도' 있어야 처벌 가능…유럽 '미동의' 땐 처벌

영국·프랑스, '미동의 딥페이크 성착취물' 법에 명시
미국, 연방법 없이 주법…중국·일본, 형법으로 대체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딥페이크(AI 기반 합성 이미지)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했지만, 피해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허위영상물을 성범죄로 규정한 '딥페이크 방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반포 목적', '유포할 의도'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딥페이크 성착취물 규제를 법제화한 서구권에서는 공통적으로 '당사자 동의 여부'를 유무죄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제작, 유포 등 각 과정에서 당사자 동의가 있었는지를 따져보고 동의가 없었다면 위법 행위가 되는 것이다.

◇영국, 法 '비동의 딥페이크 성착취물' 명시…무제한 벌금형

3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4월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와 호주 등은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한 법안을 강화하면서 선제 대응에 나섰다. 반면 미국은 아직 연방법 없이 주법으로 대체하고 있다. 중국은 딥페이크를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고, 일본은 관련 법안조차 없는 상태다.

영국은 지난 4월 온라인안전법(Online Safety Act)을 개정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한 처벌 규정을 분명히 했다.

영국은 지난해 디지털 콘텐츠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온라인상 유해 콘텐츠를 규제하기 위해 이 법을 신설했다. 다만 이 법에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개정법에 따르면 당사자 동의 없이(without consent) 악의적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한 자는 형사 입건된다. 유포할 의사가 없었다 해도 피해자에게 굴욕감, 경고 또는 고통을 주고자 했다면 이는 위법이다. 유포까지 했다면 두 개 혐의가 적용돼 형량은 가중된다. 상한선 없는 무제한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한다.

영국 정부는 개정법을 통해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온라인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책임도 강화됐다. 해당 플랫폼은 유해 콘텐츠를 신속하게 신고하고 처리해야 하며 영국미디어규제기관 오프콤(Ofcom) 감독하에 이 같은 의무를 소홀할 경우 법정 제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모든 AI 기술 활용 디지털 성착취물 처벌

프랑스는 디지털공간규제법(SREN)에서 '비동의 딥페이크 성착취물'(non-consensual deep fakes)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 형법 226조 8항에서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진"에 관한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226조 8항은 당사자 동의 없이 이미지나 말로 만들어진 '몽타주'(montage)를 유포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다. 불법 촬영물 등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해 2016년 제정됐다.

다만 이 조항의 몽타주라는 개념이 전통적 편집 기법을 의미하며 딥페이크 기술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SREN법에 딥페이크 기술뿐만 아니라 기타 인공지능(AI) 기술 전반을 활용한 성착취물에 관한 별도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지난 5월 개정된 SREN법에 따르면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된(generated by algorithmic processing) 시각 혹은 청각 콘텐츠를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하는 경우 징역 최대 3년에 벌금 최대 7만 5000유로(약 1억 1000만 원)에 처해진다.

◇미국, 연방법 없이 주법으로 운영…피해자 구제안 입법 예고

미국은 아직 초읽기 단계다. 연방법에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명시하는 조항이 없다. 일부 주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미 AI 규제 전문기관 '멀티스테이트.ai'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비동의 딥페이크 성착취물 관련 법안을 제정한 주는 총 27개 주였다. 이 가운데 13개 주는 비동의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포'를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8개 주는 피해자를 '어린이'로 한정하고 있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는 지난 1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딥페이크 성착취물 문제가 발생한 직후 리처드 더빈 미 민주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지난달 23일 상원을 통과해 하원에서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딥페이크 기술 등을 활용한 성착취물을 '디지털 위조물'로 정의하며 그 피해자에 대한 구제안을 담고 있다. 자신의 동의 없이 디지털 위조물을 제작·소지·유포당한 피해자는 연방법원에 최소 15만~25만 달러(약 2억~3억 3400만 원)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 딥페이크법 성착취물 관련 조항 부재…일본, 형법으로 대신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규제하는 법이 없어 형법으로 대신 처벌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1월 '딥페이크 규제법'을 신설한 바 있지만 성착취물 관련 구체적인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포괄적으로 딥페이크로 인한 허위 정보 확산, 당사자의 명예훼손·모욕 등의 처벌에 중점을 뒀다. 그렇다 보니 해당 법에는 딥페이크 콘텐츠임을 입증하는 스티커 부착 등 딥페이크 서비스제공업체 의무 사항에 관한 내용이 주로 기재돼 있다.

일본의 경우 아직 딥페이크 성착취물 관련 법 조항이 부재해 형법상 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외설물 배포 등 혐의로 처벌되고 있다. 또 판매 목적 등으로 외설물 소지·보관죄도 포함될 수 있다.

이 가운데 저작권법 위반의 형벌이 가장 높다. 저작권 침해 형벌은 10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 엔(약 91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또 저작권 인격권 침해 형벌이 별도로 있는데 이 경우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만 엔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