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00개 증발, 삶 포기"…하루인베스트 피해자 '습격범 탄원서'
"인생 포기하고 저지른 죄에 벌 받겠다" 법정 습격범 범행 예고
"코인 피해자들 컵라면 끼니에 배달…재판 뭔 소용" 절박한 호소
-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가상자산 트레이더) 방 씨의 범죄 행위로 저처럼 모든 인생을 포기한 피해자가 많습니다. 저를 포함한 피해자들은 이제 삶의 끝자락에서 모든 걸 포기한 채 지옥에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합니다."
'하루인베스트 사태' 피해자 중 한 명인 A 씨는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에 이같이 적었다. A 씨는 "삶을 포기한 그들에게 법이 무슨 소용이며, 처벌 또한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개탄했다.
해당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 모 씨(40)는 법정에서 50대 남성 B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 B 씨는 하루인베스트 사태로 거액을 잃은 피해자로 밝혀졌다.
◇피해자들 "터질 게 터졌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B 씨를 현행범 체포해 조사 중이다. B 씨는 전날 오후 2시 24분쯤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내 법정에서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 모 씨에게 총길이 20㎝의 흉기를 휘둘렀다. 이날은 이 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출석하는 첫 번째 공판이었다.
B 씨는 보유하던 100여 개의 비트코인이 '하루인베스트 사태'로 출금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준 시가 한화 약 8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B 씨는 노후 자금 목적으로 재산 대부분을 하루인베스트에 예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인베스트 사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B 씨가 이전부터 주변에 범행을 예고해 왔다며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주변 증언에 따르면 B 씨는 범행 이전부터 "인생 포기하고 저지른 죄에 대해 벌 받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B 씨가 범행을 시도하려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증언도 나왔다. 그의 측근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며 "전부터 계속 그런 얘기를 해서 이런 일이 언젠가 터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계속 말렸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A 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벼랑 끝에 몰린 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A 씨는 탄원서에서 "매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치열한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다른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것조차도 힘겹다"고 호소했다.
이어 "최근에 삶을 포기한 피해자들로부터 구속이 만료되는 방 씨와 함께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자주 듣는다"며 "처음에는 대표단장으로서 말려도 보았지만 이제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해당 탄원서는 이번 사태의 핵심 관련자인 방 모 씨 재판부에 제출됐다. 방 씨는 하루인베스트먼트의 파트너사인 B&S 홀딩스의 대주주로 이번 사태의 시작점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불투명한 변제 계획…열람·등사마저 거부
피해자들은 불투명한 변제 계획과 더불어 사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이번 사태를 부추긴 것과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A 씨는 "이전부터 검사한테 가서 이러다가 진짜 무슨 일 날 것 같다고 얘기를 진작 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가졌다"며 "내부 사정은 이 정도로 곪아 터지고 있는데도 법원에서는 계속 열람등사조차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하루인베스트 피해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사건 기록 열람·등사를 요청해 왔으나 지금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해자가 1만 6000여 명에 달하다 보니 재판 진행상 편의를 위해 열람·등사조차 불허하고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탄원서에도 방 씨의 재판 기록을 열람하게 해달라는 주장이 담겼다. 방 씨가 이 사건의 시작점인 만큼 그의 재판 기록을 열람해야만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석으로 풀려난 뒤에도 경영진들 '묵묵부답'
이 씨 등 회사 경영진은 고객들을 속여 약 1조 3944억 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2월 5일 구속됐으나 최대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보석으로 모두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
이 씨 등은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에도 변제 계획을 묻는 피해자들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하루인베스트코리아는 지난 2023년 6월 13일 고객이 예치한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등 가상자산에 대한 출금을 정지시키고 본사 사무실을 폐쇄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코인 시장의 등락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그들만의 '무위험 차익거래' 운용 전략이 있다고 거짓 홍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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