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원 부당 대출' 공모 의혹 받는 태광그룹 계열사 경영진, 배임 혐의 부인

부당 대출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등과 공모한 적 없어…무죄 주장
86억원 상당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지인 계좌 돈 사용했을 뿐…보관 의심 없어"

태광그룹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사옥(태광그룹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태광그룹 계열사의 전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첫 공판에서 부당 대출 가담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김기유 태광그룹 전 경영협의회 의장과 친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이 모 씨(65)에게 적법한 심사 없이 150억원 상당의 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권성수)는 이날 오후 4시부터 태광그룹 계열사인 고려·예가람저축은행의 전 대표인 이 모 씨(58), 당시 해당 은행의 여신심사위원장 겸 위험관리책임자를 맡았던 김 모 씨(63) 등 관계자 5명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 중 이 전 대표와 김 씨, 이 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이 씨가 대출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계좌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 박 모 씨(74)와 신 모 씨(77)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이 전 대표와 이 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출석했다.

이 전 대표를 비롯한 저축은행 측 경영진 측은 부당 대출에 대해 공모 관계가 애초에 성립되지 않고, 배임 혐의와 관련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대표이사로서 의무 위반 행위를 한 적이 없고 손해가 발생한 적도 없다"며 "법리적 구성요건에 대한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 측도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지만, 공모는 알지 못했다는 취지에서 배임 등 관련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인 이 씨 측 역시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이번 150억원 대출은 연희동 대지를 담보로 이뤄졌는데, 해당 토지는 3차례 감정 평가 결과 모두 대출 원금을 웃도는(650억원) 수준으로 측정돼 사실상 배임죄 성립에 필요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지인 계좌를 통해 편법으로 은행 대출을 받은 점은 맞지만, 태광그룹 계열사인 저축은행과 공모한 사실이 없어 배임 혐의를 주장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 씨 측 변호인은 "이 씨는 저축은행이 아닌 본인 이익을 지키기 위해 (범행을) 해 왔다"며 "저축은행 임직원들과 업무상 배임이 성립되려면 이 모든 과정을 이 씨가 주도한 사정이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씨 측은 지인 계좌를 통해 대출받은 150억원 중 39회에 걸쳐 86억원 상당을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지인인 박씨와 신 씨의 계좌로 송금된 돈을 사용해 보관의 의심이 없고, 불법적 의사로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횡령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다만 박 씨와 신 씨는 공소장에 적시된 사실관계를 인정하되, 박 씨의 경우 계좌가 범죄에 이용될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김 전 의장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충분한 심사 없이 태광그룹 계열 저축은행 대출담당자로 하여금 이 씨가 운영하는 건설업체에 총 150억원 상당을 대출해 주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표와 이 씨는 각각 김기유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전 의장의 최측근이자 오랜 지인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새마을금고 대출금 등 기존 대출로 인해 다른 금융기관의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이 전 대표가 이 씨에 대한 대출이 진행될 수 있도록 여신심사위 위원들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허위 서류로 대출을 받은 뒤 지인인 박씨와 신 씨의 계좌를 이용해 대출금 중 86억원 정도를 빼돌려 주식투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 횡령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태광그룹의 외부 감사를 맡은 로펌으로부터 지난해 11월 고발장을 접수한 후 올해 1월 김 전 의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이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은 10월10일 오후 2시 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