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머니 맞았다" 체포된 아들의 외침…이웃들 "아버지 순했는데"
잦은 부부싸움 증언…피해자 대상 가정폭력 신고 여러 건 있어
피의자 진술에 이웃들 갸웃…"마누라 휠체어까지 끌고 다녔는데"
- 박혜연 기자,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김민재 기자 = "처음에 싸우는 소리 때문에 깼어요. 창문을 열어놓고 자니. 나중에 보니까 때리는 소리가 팍팍 나니까 뭔지는 몰라도 가슴이 벌렁거려서."
6일 오전 서울 성동구 금호동 주택가에서 만난 이웃 주민 A 씨는 <뉴스1>과 만나 간밤에 일어난 존속살인 사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0시 30분쯤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한 주택가에서 20대 아들이 70대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부모의 부부싸움을 알게 된 뒤 아버지와 말다툼 끝에 흉기로 찌른 것으로 추정된다.
건너편 빌라에 살고 있다는 A 씨는 "(그 집에) 불이 갑작스럽게 켜지더라"며 "아들이 막 때리는 소리가 난 뒤에 아저씨는 죽는소리가 나고 그 아들이 'XX놈아 엄마 때리지' 'XXX아' 하는 소리가 났다"고 했다.
아들은 경찰에 체포돼 이송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엄마를 폭행했다"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진다.
A 씨는 "(피해자가) 들것에 실려 나오는 것을 봤는데 막 피투성이고 찔린 자국에는 (응급 처치로) 뭘 붙였더라"며 "아들이 현장에서 체포됐는데 이렇게 나와서 (경찰에게) '아버지가 엄마를 40년 두드려 팼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도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맞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여러 차례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피의자 가족이 동네에 거주한 것은 10년이 넘는다. 부모는 빌라 2층에 살고 같은 건물 지하에 아들이 따로 살고 있다고 했다.
평소 부부 싸움이 잦아 '가정불화'는 주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 상태였다.
다만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렸다'는 피의자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피해자가 큰 소리를 내거나 폭력적인 언행을 하는 것을 보지 못 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얘기였다.
같은 골목 아래편 집에서 60년 동안 살았다는 주민 박 모 씨(88·여)는 "그 집은 맨날 싸움이다"며 "그런데 아버지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하느냐. 아버지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뒷골목에 사는 70대 여성 주민 권 모 씨는 "아버지는 엄청 순하다. 바보다"라며 "그 어머니라는 분이 휠체어 탄 지 3~4년 됐는데 오히려 남편을 가방이나 손지갑 같은 것으로 때리는 것을 봤다"고 했다.
A 씨는 "아저씨는 심장이 안 좋아서 심장에 기계를 넣었다고 했다"며 "몸도 안 좋은데 마누라를 때리나. 마누라를 때릴 정도면 이 더운데 휠체어까지 끌고 다니겠나"라고 반문했다.
박 씨는 "(부인이 탄) 휠체어를 끌고 저 아래 언덕길을 내려가 시장에 갔다 오면 또 계단을 올라가야 된다. 그것도 (아버지가) 어머니를 안고 올라간다"며 "(아들이) 수갑 차고 나오면서 '엄마가 40년을 맞고 살았다'고 했는데 참나, 우리 동네 사람이 다 일어났다"고 혀를 찼다.
피해자가 가정 안과 밖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해 범행했다'는 아들의 진술도 사실관계를 따진 뒤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네에 10년 넘게 거주한 70대 여성 서 모 씨는 "아줌마가 치매가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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