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 10명 중 4명 '자살·자해 충동 '경험
2024 학교폭력 실태조사 발표…피해학생 과반 "해결되지 않았다" 호소
사이버폭력으로 고통 가중…쌍방 신고로 이어져 법적 분쟁으로 가기도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4명이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교폭력 피해자의 과반은 '학교폭력이 잘 해결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푸른나무재단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부에서 '2024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21일부터 올해 1월19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재학생(초2~고2) 8590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했다는 응답률은 39.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은 2021년 26.8%, 2022년 38.8%로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푸른나무재단이 2023년 위기 개입 출동 사례 중 자살·자해 사건은 76%에 달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전체적인 고통 정도는 '고통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이 64.1%로 2017년 이래 최고 수치를 보였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52.2%는 '학교폭력이 잘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했으며 48.8%는 가해학생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이버폭력이 확산하면서 고통이 가중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피해학생 집단의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은 45.5%로 사이버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피해학생 집단(34.0%)에 비해 10%포인트(p)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어머니 김은정 씨(가명)는 "가해자가 저희 아이 사진으로 만든 SNS 계정에는 '게이 구합니다' 등 아이를 성소수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글이 도배돼 있었고, 저희 아이인 척 불특정 다수 여학생에게 성적인 질문을 보내기도 했다"며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서는 사이버폭력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학교폭력은 최근 법적 분쟁의 온상이 되면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피해학생 보호자의 40.6%는 가해학생 측으로부터 쌍방 신고(맞신고)를 당했다고 답했다.
재단 측은 초등학교 때 친했던 두 여학생이 중학교에 와 사이가 멀어지면서 그동안 서로 웃고 넘어갔던 사소한 일을 모두 쌍방 학교폭력으로 신고해 6개월 이상 법적 대응을 이어간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사건으로 시작된 사건은 이후 보호자들 간 민사소송으로 이어졌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사무총장은 "(학폭 기록이 남은) 생활기록부를 대학 입시에 적용하는 조치가 이뤄지면서 더 민감하고 예민한 이슈가 됐다"며 "그런 과정에서 학생 간 문제가 아니라 부모 싸움으로 번지는 경향도 보인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당사자들의 욕구를 반영해 처벌 중심보다는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대안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에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경미한 사안에서 피해학생 측이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할 경우 학교장이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권유할 수 있다. 푸른나무재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내 학교폭력 제도를 △관계 회복 중심 트랙과 △사안처리 중심 트랙으로 구분·운영하는 투트랙(two track) 제도 시행을 제안했다.
※성폭력·디지털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여성긴급전화 1366(국번없이 ☎1366)에 전화하면 365일 24시간 상담 및 긴급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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