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야, 미안해" 서른다섯 아들 보낸 父 절규…"부모님께 얘기 못했다"
빈소엔 사흘째 눈물…"병간호 때문에 술도 안 하시던 분인데"
신한은행·현대C&R 직원 희생자 7명, 내일 오전 발인
- 정윤미 기자, 남해인 기자, 김지완 기자,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남해인 김지완 유수연 기자 = "아빠야 OO아, 미안해…미안하다"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로 주검이 되어 돌아온 서른다섯 아들을 마주한 아버지 양 모 씨의 첫마디였다. 아버지 양 씨는 전날(2일) 오후 9시19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한 아들 시신을 붙잡고 얼굴을 묻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영안실로 들어가는 아들을 향해 "잘 가"라고 작별 인사했다.
아들 양 씨(35)는 현대 C&R 소속으로 서울 한 대학 병원에서 주차 관리 요원으로 근무하다 사고를 당했다. 양 씨 어머니는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났지만 아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장례식장 지하 1층에 마련된 빈소에서 만난 어머니는 "우리 OO이가 왜 죽었냐"며 "말도 안 된다"고 오열했다.
시청역 역주행 참사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여전히 가족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유족들 슬픔으로 가득했다.
이곳 장례식장에는 양 씨와 그의 동료 박 모(40)·김 모(38) 씨 그리고 신한은행 직원 4명 박 모(44)·이 모(53)·이 모(52)·이 모(52) 씨 총 7명 빈소가 차려졌다. 은행 직원들은 사고 현장 인근 한 호프집에서 승진·전보 등 인사 발령으로 동료들과 송별 회식을 마치고 보행 신호를 기다리다 참변을 당했다.
신한은행 직원 53세 이 씨 빈소에는 이날 아침부터 "아이고, 아이고"하는 아들 잃은 어머니 절규가 계속됐다. 이 씨 사촌이라는 한 여성은 "착했다"며 "성실했고, 효자였다"고 그를 기억했다.
52세 이 씨의 친구라고 밝힌 한 여성은 "집에 가서 병간호하시느라 원래 술도 안 하는 분인데 발령이 나는 바람에 (회식 자리에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님 아버님, 처가에도 아직 말씀도 못 드렸다는데, 네 분 다 아프셔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씨 대학 동창 남성은 "매사에 열정적이고 운동도 좋아하고 공부도 되게 잘했다"며 "지방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올라와 일도 열심히 해서 직장에서도 인정받은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 배려도 잘하고 했는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 희생자는 4일 오전 중 발인할 예정이다. 사고 사망자 총 9명이며 부상자는 가해 승용차를 몰던 운전자 차 모 씨(68)를 포함해 총 6명이다. 차 씨 역시 사고 직후 갈비뼈 골절상을 입고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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