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거래 생성할 수 있다"…검찰 '권도형 사기 정황' 제출

"간편결제앱 통해 가짜 거래 생성…식별 못하게 할 것"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회사 운영 초기부터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함께 투자자를 속이려 했다는 정황이 담긴 대화 내용을 검찰이 법원에 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신 전 대표 1심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장성훈)에 지난 10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견서에는 2019년 5월 권 대표와 신 전 대표가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 '차이'(Chai)에 관해 대화한 내용이 담겨있다.

대화에는 권 대표가 신 전 대표에게 영어로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거래를 생성할 수 있다"며 "'차이'가 성장하면 (가짜 거래를) 줄이면 된다"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권 대표가 또 "내가 식별 못 하게 만들 테니까"라고 말하자 신 전 대표가 "소규모로 시험해 보고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응수했고 이에 다시 권 대표가 "알겠다"고 답하기도 한다.

검찰은 대화 내용을 토대로 두 사람이 사업 초기부터 테라 관련 거래를 조작해 투자자를 속이려 했다고 보고 있다. 가짜 거래로 거래량을 부풀린 다음 투자자를 유치해 사업을 확장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 전 대표 등은 테라·루나 사태가 권 대표의 무리한 운영과 외부 공격 때문에 일어났다며 사기 등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제출한 대화 내용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4월 권 대표 사기 행위를 인정한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 민사소송 배심원단에 제출한 내용으로도 알려져 있다.

SEC는 2021년 권 대표가 투자자들을 속여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배심원들이 권 대표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권 대표 측과 44억7000만 달러(약 6조1000억 원) 규모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를 이뤘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직전인 2022년 4월 출국했다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구속됐다. 미국 뉴욕 검찰은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권 대표를 재판에 넘겼고 한국과 신병확보를 놓고 경쟁 중이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