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펄럭이는 퍼레이드에 만삭 임신부 '신기'…반대 집회도
퀴어 축제 참가자 3만5000명 도심 행진
"신기하고 흥겹다" vs "아직 낯설어"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퍼레이드 끝이 안 보이네요. 신기하고 흥겹습니다."(30대 남성 김 모 씨)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아직 낯설고 어색합니다."(60대 여성 노 모 씨)
6월 첫날이자 주말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최대 30도까지 오른 무더위 속에서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총 15만 명이 참가했다. 행사 곳곳에선 현란한 무지개색 깃발이 펄럭였다.
시민들은 예상보다 많은 인파에 놀라워하며 "신기하다.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일부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 성소수자 축제 '제2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주요 행사인 퀴어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조직위 관계자와 축제 참가자 등 3만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명동성당과 서울광장 등 서울 도심 일대를 행진했다. 젊은 참가자가 다수였으나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중장년층들도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가던 노부부부터 만삭 임신부까지 많은 시민은 이들의 행진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거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구경했다. 일부 시민들은 행진 참여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한 살 딸, 아내와 함께 행진을 바라보던 김 모 씨(33·남)는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그간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도 보이고 관심을 두게 됐다"면서 "이 사람들도 평소 당당하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겠느냐. 이날은 해방감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무지개 티셔츠를 맞춰 입고 온 캐나다 국적의 저스틴도 "동성애자는 아니지만 이들을 지지하고 동맹하는 마음에 5년 전부터 쭉 놀러 오고 있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행복하고 좋은 기운도 받는다"고 했다.
반면 아직은 낯설다는 반응도 있었다. 노 모 씨(69·여)는 "10년 전 프랑스에 놀러 갔을 때 동성애가 자유로운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며 "우리도 시대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낯설다"고 말했다.
상의를 탈의한 채 행진하는 일부 여성들을 보며 놀라는 시민도 있었다. 한 여성이 행진 중인 참가자들 옆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들어 올리자 퀴어 축제 참가자들이 그 현수막을 빼앗으려다 갈등을 빚었다. 다만 경찰 제지로 큰 충돌로 번지진 않았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YES QUEER!(예스 퀴어!)'라는 대회 구호를 외치며 "오늘만큼은 우리가 주인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같은 시간대 퀴어 축제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도 열렸다.
축제 현장 인근에서는 기독교 단체들이 트럭을 동원하며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동성 결혼 반대'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등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어 보이며 퀴어 행사와 참가자를 성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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