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잡아도 또 가해자…처벌 의지 강력해야 무한반복 막는다"

김미순 여성인권진흥원 본부장 '서울대 N번방' 인터뷰
"디지털성범죄 시공간 제약 없어…피해자 일상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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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가해자를 잡아도 또 다른 가해자가 나타난다. 범죄가 멈추지 않는다."

김미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인권보호본부장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가 영속적"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무한 생성되고 재유포될 수 있어 반복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2020년 일명 'N번방 사건'이 전국을 충격에 빠뜨리면서 피의자들이 재판에 넘겨지고 'N번방 방지법'이 제정됐지만 서울대 디지털 성범죄 사건과 같이 익명의 온라인 공간에서 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가해자를 잡고 처벌하겠다는 확실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사회적으로 성착취물과 허위 영상물을 범죄로 인식하고 법·제도적으로는 가해자를 반드시 잡고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경우 피의자 박 모 씨가 함께 '능욕'하자고 연락한 같은 학교 남학생 가운데 피해자 지인인 A 씨가 있었다. A 씨는 즉시 피해자에게 해당 대화방의 존재를 알리고 피해자와 협력하면서 증거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이런 노력에 더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공조와 플랫폼 기업의 윤리도 강조했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상담을 지원하고 있는데 피해자들이 어떤 공포와 불안을 겪는지 궁금하다.

=디지털 성범죄는 기록이 영구히 남는다. 재유포되면서 박제될 가능성이 있어 피해가 영속적이다. 일반 폭행 범죄가 가해자 한 명에 의해 일회적으로 끝난다면 디지털 성범죄는 누군지도 모르는 가해자에 의해 재유포됨으로써 성범죄 피해를 반복적으로 겪는 것과 동일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 점이 일반 범죄와 다르다.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피해가 일반 범죄보다 더 심각할 것 같다.

=디지털 성범죄에는 시공간 제약이 없다. 국경도 뛰어넘는다. 시간이 지나도 피해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커지니까 피해자들은 일반 범죄보다 더 큰 불안감과 트라우마를 겪는다. 가해자 한 명을 잡아도 또 다른 가해자가 나타나는 등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피해자가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 등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다는데.

=개인적·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특징이 있다. 언제 유포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스트레스, 피해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무력감이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서울대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들의 사진을 다른 사진과 합성한 것인데 실제 촬영된 것이 아니라도 충분히 위협을 느낄 수 있나.

=피해자는 가해자가 누군지, 내가 아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에 더 큰 공포와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를 엿보고 있나' 생각에서 오는 공포감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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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는 수사도 어렵다는데.

=텔레그램 대화방은 번개처럼 폭파됐다가 다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수사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N번방'과 같은 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 디지털 성범죄는 끈질기게 추적해 범인을 잡는 데 성공한 사례인데 이번 경험을 토대로 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법 제도 어느 하나만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고 플랫폼 기업만 탓할 수도 없다. 개인적, 사회적 노력에 더해 법과 제도적, 기술적 조치 등 다방면의 개입이 필요하다. 우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피해 촬영물을 보는 것이 범죄라고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안전 활용에 대한 특성별 세대별 교육과 안전한 디지털 환경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유포뿐 아니라 시청과 소지 등 가해 유형이 다양하다. 형량만 높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가해자를 반드시 잡고 처벌하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나 딥페이크는 전 세계적으로도 문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법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것 중에 국제 공조도 있다. 디지털 범죄는 국경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사업자에 대한 기술적 조치 강화로 분명히 이어져야 한다.

▶텔레그램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인터넷이 있는 한 대한민국에서만 차단한다고 이용하지 못하게 할 수 없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범죄에 강하게 대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플랫폼 기업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기업 스스로도 이용자의 자유와 기업의 이윤 추구보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이 올 수 있는데 그때는 더 큰 범죄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