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유 끝나도 마약류 수용자 지정 불합리"…인권위, 제도 개선 권고
인권위, 해제 사유에 '형의 집행이 종료된 경우' 추가 해야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마약류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있지만 이미 형이 종료됐거나 해당 범죄로 교정시설에 수감된 경우가 아님에도 마약류 수용자로 지정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법무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27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 씨는 지난 2020년 11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해당 범죄의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과 관계없는 유형의 범죄로 B 교도소에 수감돼 마약류 수용자로 지정됐다. 이후 C 교도소에 이감됐다.
A 씨는 마약류 범죄로 집행유예 실효기간이 끝났음에도 마약류 수용자로 분류돼 명찰 등을 달고 있어야 하고 가석방을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이 있다며 C 교도소에 마약류 수용자 지정 해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C 교도소가 형집행법 시행규칙을 이유로 거부하자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형집행법상 시행 규칙에 따르면 마약류 수용자로 지정되면 외부 물품 전달 및 장소 변경 접견 등이 제한되며 수용 생활 중에도 일반 수용자와 구별되는 명찰과 거실 명패가 부여된다. 또 보관물 점검 및 마약류 반응 검사를 위한 소변 채취를 수시로 받아야 하며 가석방 선정 및 이감 신청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C 교도소는 마약류 사범은 수용 생활 중에도 향정신성의약품을 다량 처방 후 다른 수용자에게 전달하거나 지인을 통해 반입을 시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답했다. 또한 마약류 사범으로 지정되면 재활 교육도 병행해 재범을 예방할 좋은 기회로 작용한다는 이유로 현재처럼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마약류 수용자 지정은 목적에 부합하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마약류가 아닌 다른 범죄로 수용된 자가 단약 및 재활교육 이수 등을 했음에도 마약류 수용자로 계속 지정하는 건 신체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형집행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마약류 수용자로 지정되면 5년 뒤 분류처우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A 씨 같은 사례의 경우 단약, 모범적 수용 생활에 해당해도 엄중 관리 대상자에서 해제가 불가능하거나 예외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선 마약 범죄자를 폐쇄적 분리가 아닌 치료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이에 인권위는 형집행법 시행규칙에서 정하는 마약류 사범 지정 해제사유에 '형의 집행이 종료된 경우'를 추가하고 재범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법무부에 권고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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