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후 투신시도…감형 노린 전략이라고?[의대생 사건 그후]④
신월동 살해범·이예람 성폭행범 판례…가해자 '극단 선택 시도' 언급
전문가들 "극단 선택, 감형으로 연결 안 돼…계획범죄 시 참작 어려워"
-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서울 강남역 인근 옥상에서 동갑내기 여자 친구를 살해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의대생 최 모 씨(25)는 "옥상에 서성이는 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발견한 뒤 투신을 시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최 씨가 감형을 노리고 투신 시도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원이 투신 시도를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반성으로 여기고 유리한 양형 사유로 인정해 형량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최 씨의 구체적인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난 이상 투신 시도로 인한 감형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 '극단적 선택'에 감형? 과거 사례는
재판부가 가해자의 극단적 선택 시도를 언급하며 유리한 양형 이유를 밝힌 사례는 과거에 종종 있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서 아랫집 이웃을 살해하고 불은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정 모 씨의 재판이 대표적이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1월 정 씨에게 검찰의 사형 구형보다 낮은 무기 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정 씨가 이혼 후 자녀와 따로 살아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으며 분노, 자신에 대한 실망 등으로 두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며 "이는 유리한 양형 요소"라고 밝혔다. 정 씨의 불우한 삶과 극단 선택이 맞닿아 있어 감형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내 성 비위로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의 판례도 있다.
지난 2021년 장 모 중사는 성추행과 협박으로 후임인 이 중사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1심 군 재판부는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보낸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면 극단 선택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두고 "사과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감형 노렸다면 가중 처벌 가능성…계획범죄라면 참작도 어려워"
그러다 보니 극단 선택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활용할 수 있지 않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 시도 자체가 감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오히려 재판부가 극단 선택을 법적 책임 회피 수단으로 바라볼 수 있다"며 "감형을 노리고 투신 신고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오히려 더욱 가중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씨가 감형까지 계산했을 거라는 판단이 설득력이 약하다는 주장도 있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연쇄 살인범이나 흉악범 같은 상습범이라면 모를까 전과도 없는 최 씨가 감형을 노리고 극단 선택을 하겠다고 하는 건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최 씨의 경우,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사실이 형량을 정하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최 씨는 범행에 앞서 경기 화성시 동탄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매했다. 최 씨의 변호인도 지난 8일 "최 씨가 우발이 아니라 (범행을) 계획한 게 맞다"고 범행 계획 사실을 인정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심각성을) 잘 알 만한 의대생 최 씨가 목숨에 치명적인 경동맥을 여러 차례 찔렀다"며 "범행 자체가 계획됐다면 이후 결과도 당연히 예측됐을 것이기에 긍정적 요소로 참작받기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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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교제폭력 피의자는 1만 3939명에 달한다.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는 교제폭력 사건 특성상 통계에 잡히지 않은 가·피해자도 많을 것이다. 강남역 의대생 살인 사건이 연일 주목 받고 있지만, 교제폭력 대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은 '의대생 사건' 이후 개선해야 할 교제폭력 실태를 집중 보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