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속아 2000만원 뽑아놨는데…센터 상담원 조치에 돈 지켰다

피싱 범죄 원스톱 지원 …200일간 15만건 처리
윤희근 "피싱 '경제적 살인'…민관 같이 대응해야"

윤희근 경찰청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성과보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5.14/뉴스1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제가 지금 너무 떨려서 무서워서요."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이하 센터)에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신고자가 피싱범에게 속아 2000만 원을 인출해 보관 중인 상황임을 알아차렸다.

"지금부터 제가 말씀하신 대로 하시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어요." 상담원은 겁먹은 신고자를 안심시키며 즉시 조치해야 할 사항들을 알려줬고, 112와 공조해 경찰관을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상담원의 대응으로 손해를 보지 않은 신고자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센터에 연신 감사를 표했다.

경찰청은 지난 13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센터가 정식 운영을 시작한 지 200일을 기념해 성과를 돌아보고 협력 기관·기업들의 지속적인 협력을 당부하기 위해 마련됐다.

센터 설치 이전에 피싱 범죄 피해를 당했을 경우 범죄 신고는 112, 전화번호 신고는 118, 계좌 신고는 1332로 각각 신고해야 했다. 경찰은 이런 불편을 해소하고 통합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무조정실 주관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TF' 주도하에 지난해 센터를 설치했다.

지난해 10월 4일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한 센터는 7개월간 15만여 건, 하루 평균 1000여 건이 넘는 신고·제보 및 상담을 처리했다. 현재는 센터에 경찰청 외에도 금감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 소속 상담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어 112로만 신고하면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한,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이하 통신 3사) 직원들도 합동 근무하면서 소액결제 차단, 번호도용문자 차단 서비스 등을 처리하고 있다. 금융권과도 직통 전화가 연결돼 계좌 지급정지 등 피해 예방 및 추가 피해 방지 조치가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센터는 최신 유행 및 변종 수법을 파악해 분기별로 대국민 예·경보를 발령한다. 전달부터 증가한 피싱 유형인 '쓰레기 투기'·'교통 민원' 사칭 스미싱을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발송 중이다.

또 지난 7개월간 범행에 활용된 번호 약 1만 5000건을 이용 중지 요청하고, 수사기관에 여죄 파악이나 영장 신청 등을 위한 자료로 제공하고 있다.

협력 기관·기업들은 센터에서 추진 중인 사업에도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스마트폰에서 피싱 제보를 할 수 있는 '간편 제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간편 제보로 수집한 피싱 문자·통화는 분석을 거쳐 통신 3사에 임시 차단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우수상담원 4명에게 직접 표창장과 감사장을 수여하면서 "피싱을 비롯한 악성 사기는 '경제적 살인'이므로 경찰뿐 아니라 민관 모두가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