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금속상가 관리인 수억 횡령 구속됐지만 피해 보상 막막…이유는

"40년 대리인 믿었는데…임대인은 꼬리자르기"
"전대차계약 상인 피해 가능성…권리 보장해야"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2024.4.14ⓒ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건물주를 대리해 종로 귀금속상가의 관리를 담당하는 관리법인 이사 김 모씨가 상가 입주 상인의 보증금 등 수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건물주인 임대인은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건은 2020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종로3가역 근처 유명 귀금속상가 상인들은 건물주 고 모 씨로부터 "김 씨가 횡령한 사실이 발각돼 오늘 부로 해고했다"며 "김 씨가 상인들과 맺은 계약은 나도 모르기 때문에 돈을 돌려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상인들은 "보증금과 권리금이 어떻게 되는 거냐"며 "김 씨가 40년 간 대리인으로 근무했는데 어떻게 건물주가 모를 수 있냐"고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피해자 김 모 씨(47)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김 씨가 수십 년간 대리인으로 일했던 만큼 계약이 불리하다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면서 "다른 상인도 같은 방식으로 입점계약을 해 대리인에게 매달 임대료를 납부했다"고 밝혔다.

상인들이 주장하는 피해는 전대차 계약에서 비롯됐다. 전대차 계약이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건물을 사용하게 해주고 임차인이 다시 다른 사람과 계약해 세를 주는 계약 방식이다.

이 상가처럼 인기가 많으면 건물주인 임대인과 별개로 상가건물 관리법인이 따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상인들이 관리법인과 전대차 계약을 맺고 입주하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대차 계약이 임대인 동의 없이 이뤄질 수 있어 세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 B 씨는 "건물주 고 모 씨가 대리인 김 씨를 해고하면 두 사람간 임대차 계약이 해지되고 상인들이 김 씨와 맺은 전대계약 또한 자동 해지된다"며 "이 경우 상인들은 권리금조차 회수하지 못한 채 불시에 퇴거당할 수 있고 임대인 역시 손해를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대차 계약을 할 때 임대인의 동의서를 함께 받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임대인이 입점 계약 자체를 거부할 수 있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B 변호사는 "임대인과 관리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다면 임대인의 동의를 얻은 전차인으로 간주해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mmu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