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4' 흥행몰이에 모티프 '파타야 살인사건' 재조명…차이점은?
필리핀 대신 태국서 발생…불법 도박조직 폭행으로 개발자 사망
가해자 2명 살인 혐의로 복역 중…IT 기업과 유착 관계도 닮은꼴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영화 '범죄도시4'가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모티프가 된 태국 파타야 살인사건이 재조명받고 있다. 영화 속 배경이 필리핀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제 사건 내용이 영화 곳곳에 숨어 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 한 고급리조트 단지 안 차량 안에서 20대 프로그래머 임동준 씨가 변사체로 발견됐다. 임 씨가 태국에서 두 달간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개발자로 일하면서 조직으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해오다 끝내 숨진 이 사건은 당시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에서 방영되면서 국내에 큰 충격을 가져다 줬다.
임 씨는 월 600만 원을 준다는 말에 속아 2015년 9월부터 김형진이 임차한 태국 방콕의 한 오피스텔에서 다른 프로그래머 김 모 씨와 함께 '힐링캠프'라는 불법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개발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김형진과 조직원들은 임 씨와 김 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이들은 임 씨와 김 씨에게 "도망가면 태국 경찰을 매수해 출국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협박하며 반항하지 못하게 억압했다.
김 씨는 주태국 한국 대사관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했지만 임 씨는 다른 숙소로 옮겨져 감금당한 채 거의 매일 상습적인 폭행을 견뎌내야 했다. 임 씨의 얼굴과 온몸은 멍이 들고 치아는 부러졌으며 두피와 양쪽 귀가 찢어질 정도였다.
사건 당일 임 씨가 파일공유사이트에 폭행 소리가 담긴 음성파일과 도박사이트의 베팅정보 등을 공유한 사실을 알게 된 김형진은 공범 윤명균과 함께 20여 분에 걸쳐 또다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머리 부위를 붕대로 감은 임 씨가 김형진과 윤명균에 이끌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숙소를 나가는 것이 찍힌 CCTV 장면이 생전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태국 경찰에 자수한 윤명균은 살인과 마약 복용 혐의로 4년 6개월간 복역 후 추방돼 한국에서 다시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인터폴 적색 수배령이 내려진 김형진은 2년간 도피 끝에 붙잡혀 살인 및 사체유기, 불법 도박장 개설, 감금, 강요 등 혐의로 총 징역 21년 6개월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그알' 방영분에서는 임 씨의 한국 주거지에서 컴퓨터 본체가 사라진 일도 담겼다. 이는 김형진이 증거를 없애기 위해 한때 몸담았던 폭력조직인 성남국제마피아파 후배 조직원을 시켜서 한 일이라는 점도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영화에서는 도박사이트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코인을 발행해 상장하려는 IT 사업가가 나온다. 이는 파타야 살인사건에 등장하는 '코마트레이드'의 이준석 전 대표를 연상하게 한다. 코마트레이드는 중국에서 IT제품을 수입하는 기업으로 이 전 대표는 김형진과 같은 성남국제마피아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표는 조직원 등과 함께 중국과 태국 등에 사무실을 두고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개설, 운영하면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약 2400억 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린 혐의가 인정돼 2022년 징역 6년이 확정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필리핀과 태국 등 동남아에서는 국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불법 온라인 도박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2021년에는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1조원대 이익을 챙긴 조직 총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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