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경찰 자료 삭제 지시' 혐의 박성민 전 정보부장 "삭제 뜻 아냐"

서울청 정보부 회의서 '핼러윈 대비 자료' 삭제 지시 의혹
박씨 측 "문서관리 잘하라는 취지…지시·삭제 사이 인과 없어"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거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4.2.14/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이태원 인파 위험을 예상한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정보부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1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홍다선 판사 심리로 열린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 공판에서 박 전 부장 측은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은 지난 1월 19일 검찰이 박 전 부장을 해당 혐의로 추가 기소한 데 따른 첫 공판이다.

박 전 부장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서울경찰청 부서 내 경찰관들에게 핼러윈 대비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해 업무 컴퓨터에 저장된 관련 파일을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이보다 앞서 박 전 부장은 지난 2월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참사 전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 및 특별첩보요구(SRI) 보고서 등 문서 4건을 삭제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다만,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어 피고인 보석은 계속 유지돼 오고 있다. 검찰과 박 전 부장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검은색 정장에 흰 마스크를 쓴 채로 등장한 박 전 부장 측은 "이태원 참사 후 서울청 과계장 회의를 소집해서 '문서관리를 잘하라', '목적이 달성한 문서는 폐기하라'는 말은 했지만, 이 발언이 이태원 관련 보고서를 삭제하란 뜻으로 말한 게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피고인이 과계장 회의에서 한 말과 11월 4~6일 사이 파일 삭제 기간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면서 "대통령령에 따른 지시로써 법령상 의무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그럼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삭제하라는 지시의 취지가 아니었고 지시와 삭제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설령 범죄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정당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주장이냐"고 묻자 박 전 부장 측은 "그렇다"고 답했다.

박 전 부장 측은 "지난 2월에 있었던 1심 재판에 불복해 항소심을 진행 중인데, 해당 사건 재판에서 삭제 지시를 했다는 사실이 먼저 확정돼야만 이 사건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immu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