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수사 '속도 조절'하나…"고발 없다면 전공의들 수사 안 해"

조지호 서울청장 간담회…"메디스태프 문제 글 작성자 21명 특정
'공보의 명단 유출' '전공의 행동지침' 게시자 현재 조사 중

조지호 서울시경찰청장. 2024.3.1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의료계 집단사직 공모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보건복지부의 고발이 없다면 전공의들을 먼저 수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만 해도 집단사직 주체인 전공의들을 대대적으로 수사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적지 않았으나 경찰은 일단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전공의 집단사직을 놓고 의정 간 갈등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으나 추가 '대화 가능성'이 제기돼 총선 전후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8일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진행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복지부의 고발 전 전공의를 인지 수사할 가능성이 없느냐"는 질문엔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고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공의들을 수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현재 상황을 놓고 분석과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가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경찰이 의정 간 대화 가능성 등 진정 국면을 염두에 두고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청장은 집단사직 공모 혐의를 받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전·현직 간부 수사와 관련해선 "전공의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을 마치고 수사 방향을 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현 의협 회장 당선인) 등 5명을 수차례 불러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위반,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경찰은 추가로 입건된 의협 비대위 간부 1명도 최근 소환해 조사했다.

조 청장은 '전공의 행동지침' 문건 수사에 대해선 "작성자는 군의관 2명으로 특정했고, 그중 1명은 지난주에 조사했다"며 "나머지 1명도 이번 주 조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본인 진술 토대로 작성 지침을 왜 만들었는지, 어떻게 유통했는지, 제3자와의 관련성 등 세 가지 부분을 중심으로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청장은 병원에 파견된 공중보건의(공보의) 명단을 유출한 사건과 관련해선 "현직 의사 1명과 의대 휴학생 1명을 확인해 이들을 1차적으로 조사했지만 이들은 본인들이 만든 명단은 아니라고 진술했다"며 "입수 경위와 왜 올렸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공보의들에게 태업 방법을 안내하는 지침을 올린 사건과 관련해선 "메디스태프 압수수색을 통해 문제가 된 글을 게시한 21명을 특정했다"며 "일부는 조사했고, 상당수는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메디스태프 운영진의 증거은닉 혐의 수사에 대해선 "직원 2명을 형사입건해 수사 중이다"며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확보한 휴대전화 등을 포렌식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조 청장은 "포렌식 결과가 나오면 은닉 경위와 왜 은닉했는지, 그리고 메디스태프 대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첫 의사 전용 보안메신저 플랫폼인 메디스태프에는 전공의들에게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침 글이 올라온 것을 시작으로 '전원 가능한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들의 소속 병원과 진료과 등이 적힌,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올라와 논란이 됐다.

또 정부가 이탈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의관·공보의들을 파견하자 군의관과 공보의들에게 진료 거부 및 태업 방법을 안내하는 지침이 메디스태프에 게시되기도 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