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당한 정몽규·클린스만 법적 처벌 여부 '선임 절차·계약서'에 달려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찰 조사를 앞두면서 실제 법적 처벌이 이뤄질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감독 선임 절차나 계약서상에 중대한 하자가 드러나야 실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경찰 조사 역시 이 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 13일 서울경찰청에 정 회장을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서울 종로경찰서에 배당됐다.

정 회장의 혐의는 크게 2가지다. 먼저 정 회장이 클린스만 전 감독을 일방적으로 임명해 협회 관계자에게 강요에 의한 업무방해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클린스만 해임 시 위약금을 비롯해 그간 지급한 금액이 정 회장의 일방적 연봉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절차를 무시했다면 고발된 혐의들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 회장은 절차대로 했다고 하니 이 부분이 입증이 안 되면 죄가 안 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한 오해가 있다"며 "벤투 감독 때와 같은 절차였다. 61명의 후보군이 23명으로 좁혀졌고, 이후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5명을 인터뷰해서 최종 2명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클린스만 감독이 최종적으로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클린스만이 독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얘기'를 했다는 점이다. 자신이 농담으로 던진 말에 정몽규 회장이 진지하게 감독직을 제안했다는 게 요지다.

클린스만은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카타르 월드컵에 참여했고 현장에서 정몽규 회장을 만나 인사한 뒤 "감독을 찾고 있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이후 정 회장이 몇 주 뒤 직접 전화를 걸어왔고 결국 자신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고발이 되면 자동으로 수사에 들어가지만 실제 처벌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며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이 되려면 클린스만 감독이 전문성도 없고 정식적인 절차로 선임할 수 없는 사람인데 선임이 됐다는 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선임 과정에서 위약금 조항이 업계 관행과 비춰 클린스만 감독에게 유리하게 계약돼 협회에 피해를 줬다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업무상 배임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서민위는 지난 18일 클린스만 전 감독과 정 회장을 비롯해 김정배 상근부회장, 황보관 기술본부장 등 축구협회 관계자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을 손흥민·이강인 선수의 다툼 탓으로 돌려 선수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양 변호사는 "명예훼손이 성립되려면 고의로 두 선수의 다툼 사실을 유포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협회 관계자가 유포했다고 해도 전 국민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만큼 해당 선수의 명예가 훼손되는 부분과 알 권리, 언론이 취재·보도할 권리를 비교해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