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유가족 "尹, 특별법 거부하자 다시 패륜적 댓글 난무…보상 아닌 진상규명 원해"

용산 대통령실 앞 맞불집회 예정→정부청사로 행진 변경
현수막 159개 들고 정부청사까지 행진…곳곳 설치 예정

3일 오후 2시 이태원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행진을 하고 있다.2024.02.03 ⓒ 뉴스1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특별법 거부권을 행사하고 그 대안으로 종합 지원책을 내놓은 정부를 비판하며 주말 도심 집회에 나섰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이태원시민대책회의·거부권비상행동 등은 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분향소 앞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 거부 규탄, 국민의힘·윤석열 정권 심판 대행진'을 열었다.

이들은 원래 서울광장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었으나 경찰의 불허와 유족들이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 등을 고려해 정부서울청사 방향으로 변경해 행진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3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선 맞불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이태원참사특별법은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치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을 두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지난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정부는 피해자 대상 생활안정지원금 지원 및 희생자 추모 시설 건립 등을 중심으로 한 피해지원 종합대책 추진을 발표했다.

보라색 목도리를 멘 유가족들은 2인1조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을 규명하라', '거부권 통치 막아내고 민주주의 지켜내자', '10·29 이태원참사특별법 거부한 자가 범인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을 들고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고 신애진씨의 어머니 김남희씨는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진상을 규명하겠다, 재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 앵무새처럼 외쳤을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말을 시작했다.

이어 "참사 초기부터 자식을 팔아 돈을 벌려고 한다, 시체팔이를 한다는 패륜적 댓글이 난무했다"며 "정부가 특별법을 거부하고 지원책을 내놓자 다시 댓글이 난무한다. 저희의 바람은 (보상이 아닌) 사회적 참사가 진상규명되는 것"이라 강조했다.

송성영 시민사회연대단체 공동대표는 "이태원참사특별법 최종안은 국민의힘의 요구를 받아들여 어렵사리 만들어진 수정법안이었다"며 "간호법, 노조법, 방송법 등 지속적으로 거부권을 남발하는 윤석열 정권에 국민의 70%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현수막을 들고 종로, 을지로 일대에서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행진을 했다.

오후 3시 40분쯤 행진을 마친 뒤 마무리 발언에 나선 이정민 유가협위원장은 "어떻게 정부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무책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나 믿기 어렵다"며 "아무리 진상이 규명된다 해도 우리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 외쳤다.

이들은 마무리 행사로 미리 준비해온 현수막 159개를 정부서울청사 등 곳곳에 설치할 예정이다.

immu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