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살이 억울해" "나라 넘어갈까봐" 정치 테러범들의 황당한 변명
과거 정치 테러범 어록 주목…송영길 습격범 "분단은 비극" 황당 주장
"정치인 테러는 민주주의 시스템 위협 범죄"…법원, 엄한 처벌 기조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습격한 10대가 "정치를 이상하게 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취지의 범행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부터 정치 테러범들은 "억울한 옥살이를 세상에 알리려 했다" "나라가 좌파에 넘어갈까봐" 등의 다소 황당한 변명을 늘어놨다. 이처럼 갖가지 이유에도 사법부는 정치 테러범에게 모두 '중형'을 선고한 만큼, 법조계에선 이번에도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옥살이가 억울해서" "좌파 세력에 나라 넘어갈까 봐" 각양각색 테러범의 황당한 변명들
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25일 배 의원을 습격한 중학생 A군은 범행 직후 "왜 그랬냐"는 수행 비서에게 "정치를 이상하게 하잖아요"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행비서가 나이를 묻자 "촉법(소년)이다"라고도 답했다.
과거부터 정치인 습격범들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나름의 이유를 밝혀왔다. 2006년 5월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던 중 지충호씨가 휘두른 커터칼에 의해 자상을 입었다. 당시 지씨는 "10년 넘게 옥살이를 한 게 억울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2015년 마크 리퍼트 대사를 향해 흉기를 휘두른 김기종씨는 "전쟁 훈련에 반대한다" "이산가족이 못 만나는 이유가 전쟁 훈련 때문이다"는 말을 남겼다. 2022년 대선 운동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망치를 휘두른 표모씨는 "분단은 비극"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이 대표를 습격한 60대 김모씨는 변명문을 통해 "이 대표가 총선에 공천권을 행사하면 좌경화된 세력에 국회가 넘어가고, 나아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넘어가니 저지하기 위해"라고 했다.
습격범들의 '말'은 그들의 동기를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사에 중요한 단서로 활용된다. 다만 이들 습격범들의 발언 중 대부분은 인정 욕구가 담긴 '워딩(표현)'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프로파일러로 유명한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신도 정치에 대해 잘 안다는 인상을 풍기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의도"라며 "자신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불만들이 쌓이면서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대표 습격범 김모씨는 공인중개소 영업 부진·주식 투자 실패 등 어려운 환경에 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인 테러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중형 불가피
이처럼 정치인들 습격범들의 납득할 수 없는 범행 이유는 결국 중한 형으로 이어진다. 또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도 받아들여져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일례로 박 전 대통령에게 흉기를 휘두른 지모씨는 1심에서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민주주의 질서를 교란하고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에 큰 걸림돌이 되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지씨는 2심에서 1년이 감형돼 징역 10년의 형이 확정됐다.
과거에 판례에 비춰볼 때 올해 초 이 대표를 습격한 김모씨, 최근 배 의원을 공격한 A군도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양형 인자에 '정치 테러'는 없지만, 사법부는 정치 테러를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중형을 선고해 왔다"며 "모방범죄 위험성은 물론, 정치인의 정치 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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