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변명 안 통하지만 계속되는 살인예고 글…'공중협박죄' 언제쯤

검찰 '엄정 대응'…법원도 협박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 최근 한 대학에서 학생 A씨가 소설 쓰기 수업 과제 제출 사이트에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죽일 것"이라는 글을 게재해 소동이 일었다. 당시 학생들은 커뮤니티에 불안감을 호소했고, 경찰이 출동했다. 확인 결과 학생은 "게시글은 수업 중 과제로 올린 것이며 담당 교수에게 미리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해당 사건은 이후 고의성 등이 명백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특이 사항 없이 종결됐다. 그러나 지난해 신림역·분당 흉기 난동 살인 사건 이후 살인 예고 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매우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 글을 게시할 경우 협박죄와 살인예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협박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살인예비죄는 살인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한 경우 성립하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협박죄의 경우 대법원에 따르면 협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원혜욱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객관적인 상황을 살펴봤을 때 충분히 공포심을 유발할 만한 상황이면 협박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살인예비죄의 경우 '고의성'과 '구체적 준비행위'가 입증되어야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입증하기란 까다롭다고 말한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대표 변호사는 "불안감이나 공포심 조장으로 협박죄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만 살인예비죄 적용까지 이어지느냐는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 교수는 "고의성을 판단하기 위해선 예고 글을 올리고 살인 행위로 나아가기 위해서 검색하거나 장소를 물색하는 등 여러 행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림역·분당 흉기 난동 살인 사건 등 강력범죄가 발생한 후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 글이 빈번하게 올라오자, 대검찰청은 지난해 8월과 9월 2차례에 걸쳐 일선 검찰청에 엄정 대응을 지시하는 등 상황이 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24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남자연예인 갤러리에서 "신림역에서 한녀(한국여성) 20명을 죽일 것"이라는 글과 함께 길이 30㎝가 넘는 흉기 구매 명세를 첨부한 B씨에 대해서 법원은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다중위협 범죄로 인한 경찰 입건·송치 인원은 지난해 8월 52명에서 9월 46명, 10월 49명, 11월 27명, 12월 15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다중위협 범죄로 구속기소 된 인원은 총 32명에 이른다.

아울러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위협하거나 위해를 가할 것을 가장해 공중을 협박할 경우 처벌하는 '공중협박죄'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다만 전문가는 '처벌 강화' 외에도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양 변호사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면서 "처벌받은 사람에 대한 보호관찰이나 추적관찰을 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