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 피의자 신상' 유튜브서 폭로…'사적제재' 왜 계속될까

故 이선균 협박·이재명 피습 피의자 신상 온라인 공간서 확산
신상공개 범위 늘리는 '머그샷 공개법' 1월 내 시행 효과 볼까

배우 故 이선균에게 협박해 수천만 원을 받은 20대 여성 A씨가 2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12.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배우 고(故) 이선균씨 협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등 여론의 큰 주목을 받은 사건 피의자들의 신상을 폭로하는 '사적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사적 제재가 활발히 이뤄지는 공간은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경찰 등 수사기관의 대응이나 법원의 판결이 여론이 요구하는 처벌 수위를 따라잡지 못해 이 같은 현상이 급속도로 확산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사적제재를 놓고 2차 피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범죄 피의자의 신상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일명 '머그샷 공개법'을 적극 적용해 법과 여론 간 괴리를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피의자 김모씨(60대)의 실명과 얼굴이 유튜브 동영상과 포털 사이트 등에서 유포되고 있다. 이런 유포 행위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아 '사적제재'로 해석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이 대표에게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를 받는다.

앞서 1일에는 한 유튜브 채널이 배우 이선균을 협박해 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의 사진과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해당 유튜버는 A씨의 직업과 거주지 등을 폭로하며 사기 피해 등을 당한 사람을 모집한다고도 했다.

이처럼 사적 제재가 계속되는 것은 나날이 증가하는 흉악범죄에도 수사기관과 법원의 처벌 수준이 국민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성인남녀 7745명을 대상으로 '범죄 가해자의 신상 공개 및 저격 등 사적 제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9%(3856명)가 '사적 제재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사법 체계 내에서 제재해야 하며 사적인 방법으론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한 자는 4%(335명)에 그쳤다.

주요 사건의 체포 대상자 및 피의자의 머그샷 등 신상 공개에 개방적 태도를 보이는 해외 사례가 많은 것도 한몫한다.

김광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발표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의 국내외 현황과 입법례'에 따르면 미국은 캘리포니아주 등 여러 주에서 관계자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체포된 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토록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개인의 명예를 중시하는 영국 또한 피의자 신상 정보공개를 제한하는 명시적 법률을 마련해 둔 상태는 아니다.

올해 1월 25일부터 시행되는 '머그샷 공개법'(특정 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강력범죄가 아닌 청소년 성범죄자, 폭발물 등 테러, 마약 범죄 피의자도 신상 공개 대상에 포함되게 된다. 이때 머그샷 등을 통해 얼굴이 공개될 때 결정일 전후 30일 이내의 최신 모습 사진을 찍어야 한다.

다만 이같은 법안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사적 제재'로 통용되는 무분별한 신상 유포가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0년 신상공개 제도 도입 이후 경찰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한 건 50건 정도인데 그중 머그샷이 공개된 건 2021년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 가족 보복 살해범 '이석준', 2023년 신림동 성폭행 살인범 '최윤종' 2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이 단순 법 개정을 넘어서서 제도의 적용이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김창숙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강사(언론학박사)는 "현재 이뤄지는 사적 제재는 주요 범죄 혐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면 안 된다는 걸 몰라서 하는 게 아니라 이걸 감수하고 할 만큼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어 "우려가 있는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신상 공개는 공적 영역에서 신중히 이뤄질 필요가 있는데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국민 여론과 제도 안착이 괴리되지 않도록 신중한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