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당하고 동거녀에 집착…분노는 애꿎은 사람 향해[사건의재구성]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우연히 노래방에서 만나 불륜관계로 동거에 들어가게 된 A씨와 B씨(여). A씨는 툭하면 B씨를 폭행하며 위태로운 동거 관계를 유지했다. 약 4개월 후 A씨는 아내로부터 간통으로 고소를 당했고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된다. 이후 B씨를 향한 집착은 커져만 갔고 폭행의 수위는 점점 심각해진다. 당연히 이별 통보를 받은 A씨. 하지만 분노는 애꿎은 곳을 향한다.

A씨는 2003년 11월부터 B씨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1월 첫 폭행이 시작됐다. B씨가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맺었다고 의심하고 이불을 뒤집어씌운 채 마구 때린 것이다. 이후 같은달 말다툼 끝에 두 차례 더 폭행을 이어갔다.

몇달 후엔 B씨가 담배를 사다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하기까지 했다. 또한 성관계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B씨를 폭행한 것도 모자라 이를 말리던 B씨의 언니 C씨를 손으로 밀쳐 다치게 했다.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같은해 3월 A씨가 간통으로 고소를 당해 아내와 이혼하게 되면서부터였다. A씨는 B씨와의 관계에 더 집착하면서 "주점에 불을 질러 너를 죽이겠다. 두 모녀를 때려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그해 7월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명령을 받게 된다.

이후에도 A씨는 B씨에게 수차례 만남을 요청했고 계속 거절당하자 결국 B씨가 운영하는 주점으로 찾아간다. A씨는 B씨가 자고 있는 사이 주점의 출입문을 외부에서 잠그고 불을 지르려고 했다. 다행히 경찰이 출동해 참사를 막았지만 A씨의 그릇된 분노는 커질대로 커졌다.

사흘 후 A씨는 주점을 다시 찾아가 머리를 감고 있던 B씨를 넘어뜨렸다. 놀란 B씨가 자리를 피하려하자 뒷목을 향해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다행히 B씨는 도망가는 데 성공했고 살인은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분노는 애꿎 B씨의 모친 D씨로 향했다. A씨는 살인을 말리는 D씨를 향해 흉기를 수차례 휘둘렀고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동기가 매우 졸렬한 반면 일련의 범행 과정이 지극히 냉혹하고 흉포하며 그로 인한 결과가 매우 참혹하다"며 "범행 과정에서 드러난 피고인의 반인륜성이 우리 사회 건전한 시민이 감내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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