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언 손 녹이며 사흘째 복구작업…경복궁 '고요함' 대신 드릴 굉음

복구작업 9시부터 시작 사설업체에 기기 공수…복구 총력전
경찰 "경복궁 낙서 1차 용의자 늦어도 내일까지 신병 확보 노력"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인근에 새겨진 낙서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2023.12.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1대였던 레이저 세척기가 3대가 됐어요. 사설 업체 수소문해서 겨우 구했죠."

19일 오전 9시 방문한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서문) 양옆 12m 길이 담장은 짙은 녹색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지난 주말 발생한 '낙서 테러' 흔적을 지우기 위한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흰 작업복을 입고 방재 마스크와 등산화를 착용한 20명 안팎의 작업자들은 공기 압축기(에어컴프레셔) 등을 활용해 분주히 돌벽 위 낙서를 제거하는 모습이었다. 영하 7도의 차가운 날씨에 일부 작업자들은 이따금 장갑을 벗고 빨갛게 언 손을 주무르며 걱정스레 현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정소영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은 "날씨가 더 추워지면 일부 낙서 제거용 화학약품의 반응성이 떨어지고 장비의 물 배출구 등이 얼어 정상적인 작업이 어려워져 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오전 10시였던 작업시간을 9시로 앞당기고 투입 복구 인원을 늘리는 등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작업은 이전과 달리 가림천으로 내부 상황을 온전히 밀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돌벽 위 낙서를 긁어내는 작업으로 분진이 많이 발생하고 주위 가게나 지나다니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인근에 새겨진 낙서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2023.12.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밖에서 내부를 보기 힘든 상황임에도 시민들의 관심과 발걸음은 이어졌다. 길을 가다 걸음을 멈추고 두어 차례 복구 현장을 지켜보길 반복하던 60대 김모씨는 "누군가의 장난 때문에 작업하는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 고생이 많다"며 "꼭 엄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복구 작업 건너편에서 현장 사진을 찍던 20대 윤모씨는 "광화문 근처에 볼일이 있는 김에 낙서 현장이 근처라서 한번 와 봤다"며 "한번 훼손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은 만큼 제대로 죗값을 치렀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밤만 되면 인적이 드물고 한산한 인근 특성상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오후 5시30분쯤 찾은 이곳 낙서 현장엔 20여 분간 경비를 서고 있는 경찰차 한 대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 근처 인도를 오가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사건 현장 건너편엔 갤러리, 음식점 등 5~6곳의 가게가 있었지만 2곳을 제외하곤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근방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이쪽 골목 자체가 밤만 되면 조용하고 인적도 없어 한산한 편"이라면서 "같은 일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순찰 강화나 폐쇄회로(CC)TV 추가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경복궁 담장 낙서 테러와 관련해 엄정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현재 경복궁 담장 외부엔 CCTV가 9개소에 설치돼 있는데 문화재청은 여기에 20여 대의 CCTV를 추가 운영할 계획이다.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 등 법적 책임도 물을 예정이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현재 경복궁 담장에 낙서한 용의자는 총 3명으로, 이 중 17일 밤에 가수 이름 등을 낙서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은 어제 오전 11시45분쯤 경찰서에 자수했다. 현재 경찰은 16일 새벽 특정 온라인 사이트를 선전한 내용의 낙서를 한 남녀 각 1명에 대해 신속히 신병을 확보할 예정이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