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성인방송 보는 게 뭐가 문제냐고요?"[기자의 눈]

7급 공무원 '벗방' 논란 잇따라…'개인 일탈'에 비난 초점
온라인 성인방송 산업, 기존 성착취·성상품화 구조 답습

ⓒ News1 DB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어른이 성인 인증 받고 '벗방' 보는 게 어때서?"

'공무원'과 '성인방송'.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단어가 지난 2주간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공무원들이 온라인 성인방송 비제이(BJ)로 활동하다 적발된 사건이 연이어 알려지면서다.

발단은 지난 14일 중앙부처 소속 7급 공무원 A씨가 임용 후 정식 발령 전 '벗방'을 해 감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였다. 벗방이란 출연자가 옷을 벗고 나오는 방송을 의미한다. 약 일주일 뒤인 23일, 또 다른 중앙부처 소속 7급 공무원 B씨가 업무 중 인터넷 방송에서 신체를 노출해 징계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재점화했다.

비난의 초점은 타 직종과 달리 품위 유지 의무 등 특수성이 있는 공무원이 온라인에서 성인방송을 진행했다는 것에 맞춰졌다. A씨는 방송 중 본인의 임용 사실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방송에서 공무원증을 목에 걸거나 부처 조직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아무리 요즘 온라인 방송이 활성화됐다지만 문턱이 높을 것 같은 성인방송 이야기가 주요 커뮤니티의 관심사가 된 현상이 낯설게 느껴졌다. 성인 방송 송출로 유명한 몇몇 온라인 방송 플랫폼을 직접 취재했다.

'문턱이 높을 것 같다'는 것은 기자의 착각이었다.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부터 '19 딱지'가 붙은 성인 방송 시청까지는 단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전개 방식은 대체로 비슷했다. 영상 상하단에 특정 성행위의 이름 옆 현금성 아이템 액수를 명시한 '가격표'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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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백~몇천 명에 이르는 시청자들은 BJ에게 현금성 아이템을 쏘며 본인이 보고 싶은 행위를 '주문'한다. BJ가 돈을 받고 서비스를 이행하면 시청자에서 소비자가 된 그들은 영상 속 BJ를 향해 성희롱을 일삼고 점점 더 수위 높은 요구를 한다. 채팅방 입장 전 봤던 '24시간 모니터링' 안내는 기자가 본 영상 중에선 단 한 차례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 같은 실태를 담은 기사를 보도하자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렸다. "성인이 성인 콘텐츠를 시청하는 게 문제냐" "BJ들이 원해서 벗은 것이다"는 식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얼핏 듣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온라인에서 '벗방'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방식을 고려한다면 생각해 볼 지점이 많다. 무엇보다 콘텐츠 전개 방식이 우리 사회에서 문제시됐던 성 상품화 및 착취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올해 3월, 한 성인방송 BJ가 '벗방'에 강제로 출연한 후 제대로 정산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을 시작으로 피해 사례가 언론과 TV 시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속속 드러났다.

반성폭력단체 4곳이 모여 지난 4월 활동을 시작한 벗방피해자공동지원단에 따르면 피해 유형은 △원치 않는 노출 및 성적 행위 등 기망에 의한 출연 △불공정 계약 및 방송 이후 수익금 미정산 △벗방 영상 유포 협박 및 실제 유포 등으로 나뉜다.

부업 등을 빌미로 벗방 프로그램 출연을 유도한 뒤, 불공정 계약을 통해 벗방 BJ로 방송을 시작하게 한 후 위약금을 빌미로 방송을 억지로 이어 나가게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정산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

"성인이 성인 방송을 보는 게 왜 문제냐"는 댓글 속 반응은 온라인 성인 방송 구조에서 이들의 성적 노출이 '자발적 행위'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성인방송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비난의 화살은 BJ 등 콘텐츠 속 인물에게 집중된다. 이번 공무원 사례도 마찬가지다. 설령 그들의 행동이 개인적 일탈이라고 해도 그것이 온라인 성인방송 구조에서 만연한 성착취를 부정하고 피해자를 매도할 근거는 될 수 없다. 이번 논란을 일탈에 따른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이유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