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차별'에 폭발한 프랑스…한국도 쌓여가는 '이민자의 눈물'
국내 체류 외국인들 직접 만나보니…"차별적 시선에 멈칫"
10대 청소년 4명이 이주민 노려 범행도…"차별금지법 제정 필요"
- 한병찬 기자,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김예원 기자 = "밖에 나가면 중국말 하는 것도 조심하게 돼요. 주위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니까요"
지난 4일 오후 2시쯤 대림동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40대 여성 박모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국에 온 지 8년이 됐다는 박씨는 "텔레비전만 틀어도 나오는 사람들이 전부 중국 싫다고 외치는데 어쩌겠냐"며 "더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자리를 떠났다.
최근 프랑스는 경찰의 총격으로 알제리 이민 가정 출신 17세 소년 나엘이 사망한 후 격렬한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이번 시위로 자동차 5900여대 및 건물 1100여채가 불타거나 훼손됐다. 경찰서에 대한 공격도 270여 차례 있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그동안 쌓여왔던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이 있다는 분석이다. 타인에 대한 관용과 자유·평등·박애의 혁명 정신을 자랑하는 프랑스가 사실은 인종과 계급 간의 갈등으로 곪고 있었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224만명의 이주민(체류 외국인)이 살고 있는 한국은 어떨까. 뉴스1 취재진은 대림동과 이태원을 찾아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한국인 정 많고 친절하지만…차별 없다는 건 거짓말"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이태원 이슬람거리에서 만난 터키 출신의 케밥 가게 사장인 리만(43)은 "프랑스에서 시위가 일어난 것을 알고 있다"며 "어느 나라나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있으니 쌓여서 폭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차별을 경험한 적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리만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국 사람은 정도 많고 정말 좋은데 사소한 차별이 있다"며 "조기축구를 하는데 외국인에게만 룰을 엄격하게 적용해 섭섭할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도에서 한국에 온 지 8개월이 됐다는 라만(34)은 "심한 차별은 아직 경험한 적 없는데 힐끔힐끔 쳐다본다거나 수군거릴 때 기분이 좀 그렇다"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닫았다.
중국 동포들이 모여 사는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이들 대부분은 차별적 시선과 무차별적 비난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중국 동포인 50대 여성 김모씨는 "차별이 없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며 "예전부터 항상 있던 것인데 뭐 어떻게 하겠냐"며 말을 아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중국 동포 60대 김모씨는 "가장 무서운 건 나를 쳐다보는 그 시선인 것 같다"며 "대림동을 벗어나면 중국말 하는 것도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이주민 A씨는 "회사 행사나 회식에 이주민은 잘 안 끼워주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나는 한국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저출생 고령화 해결 위해 이민 늘려…"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차별뿐만 아니라 이주민을 노린 범죄도 이제 적잖게 접할 수 있다.
지난 1일 경기 포천시에서는 10대 청소년 4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베트남 국적의 30대 이주노동자 A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 일당은 폭행 전 "지갑이 있냐"고 묻고 "불법 체류자 아니냐.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당이 범행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색출하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모방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지난 2020년 발표한 '국내 체류 이주여성의 범죄피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63명 중 123명(46.8%)이 한국에서 '범죄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물적피해 30.8% △폭력범죄 20.5% △성범죄 11% 등이었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농촌과 산업현장에서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올 하반기에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아직 국내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혐오에 관심이 부족하고 막상 차별하는지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이민 정책은 외국인 이주민을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주민이 정말 정착하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 적응을 잘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의 개선과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섹알마문 이주노동자조합 부위원장은 "프랑스도 한국도 나라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이주민을 데려오는 것인데 출산이나 일자리든 문제가 됐을 경우 이주민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이주민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고 있다는 사회 인식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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