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미터 좁은 내리막서 도미노처럼 쓰러져"…목격자가 전한 이태원 참사

"살려주세요" 외쳤지만 음악 소리에 묻혀
인파 대거 몰려…참사 현장에 울음소리만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복판에서 심정지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3년 만에 첫 '야외 노마스크'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11시13분 이태원에서 압사 추정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대응 3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2022.10.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김예원 기자 =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며 깔렸다"

뉴스1이 사고가 발생한 전날(29일)부터 30일 오전까지 이태원 한복판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를 목격했던 사람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사고가 벌어진 곳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번화가인 세계음식거리로 이어진 좁은 골목길이다. 이 길은 폭이 4미터(m) 내외로 5~6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수준인데다가 경사가 높은 내리막이다.

전날 밤 좁은 길에는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을 찾은 인파로 가득 찼다. 역에서 내려 가장 먼저 번화가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이다 보니 더욱더 인파가 몰렸다.

사고가 시작된 것은 전날 오후 10시15분 전이다. 이 길을 오가려는 일부 시민이 갑자기 넘어졌고 가파른 길이다 보니 도미노처럼 사람들이 쓰러졌다. 경사로 위에 위치한 사람들은 아래 상황을 모르기에 아래로 향하려고 계속해서 밀었고 깔리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기만 했다.

당시 일부 사람들은 울부짖으며 "살려주세요"를 외쳐봤지만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뒤섞이며 경사로 위에 있는 사람들은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현장에 누구도 옴짝달싹할 수 없다 보니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고 1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참사로 번졌다.

10시15분 최초 신고 접수 이후 소방과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호흡곤란을 호소하거나 이미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맡아 사활을 다해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다. 사상자들의 친구들과 길을 지나던 시민들도 합세해 팔과 다리를 주무르거나 CPR을 지원하기도 했다. 현장 여기저기에선 울음소리가 가득했고, 사상자들의 소지품이 어지럽게 놓여있기도 했다.

현장에서 기절했다가 심폐소생술로 정신을 차렸다는 20대 여성 A씨는 "남자친구는 아직 누워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이태원역 한복판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로 30일 오전 2시40분 기준, 120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다쳤다. 소방당국은 부상자 100명 중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songss@news1.kr